중국 도착한 북한 선수단, 5시간 고속철도 아닌 14시간 야간 열차 탄 이유는?

베이징 내 북한대사관 기숙사 시설 포화 예측⋯외부 노출 꺼렸을 수도

↑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태권도 선수단 관계자가 버스를 타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중국 단둥에 도착한 북한 태권도 선수단이 베이징으로 가면서 5시간이면 되는 고속철도가 아닌 14시간 넘게 소요되는 야간 침대열차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제(16일) 오전 11시 20분쯤(현지시간) 북중 접경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버스를 타고 온 북한 선수단 60∼70명은 오후 6시 18분 단둥역을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어제(17일) 오전 8시 40분쯤 베이징역에 도착했습니다.

단둥역에서 1천132㎞ 떨어진 베이징역으로 가는 열차편은 통상적으로 하루 세 번 있습니다.

오전 7시 9분에 출발해 베이징역에 낮 12시 20분에 도착하는 고속철도, 오후 2시 8분∼오후 7시 11분 고속철도, 오후 6시 18분 단둥역을 떠나 다음 날 오전 8시 40분 베이징역에 도달하는 야간열차입니다.

고속철도편은 단둥에서 베이징까지 5시간가량 걸리지만, 완행인 야간열차는 밤을 꼬박 새우는 일정이어서 객차 안에서 잠을 청해야 합니다.

당초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선 북한 선수단이 고속철도편으로 베이징에 가서 주중 북한대사관 기숙사에서 하루 정도 묵은 뒤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행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습니다.

단둥에 도착한 시점이 고속철도 출발 시간인 오후 2시 8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은 오후 6시 18분에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선택했습니다. 압록강철교 초입의 단둥 해관(세관)에서 입국 절차를 마친 뒤로도 약 5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는 기차로 5시간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선수단은 전날부터 열차 안에서만 20시간 정도를, 단둥 체류 시간까지 더하면 약 25시간을 들여 이날 오전 베이징에 당도한 셈이 됩니다.

↑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버스/사진=연합뉴스

소식통들은 북한의 이런 선택이 베이징에 있는 북한대사관의 사정과 관련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대사관 안에는 중국을 일시 방문하거나 해외를 오가는 북한인들이 잠시 머무는 용도로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이 있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귀국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포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귀국하지 못한 유학생 수백명과 중국에서 범법 행위를 하다 북한 측 보안요원에 적발된 음식점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당초 계획을 갑자기 수정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이나 외신이 북한의 선수단 이동에 앞서 예상 동선과 일정을 보도하자 고속철도 이동 계획을 야간열차로 틀어버렸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달 19∼2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달 초부터 한국과 일본 등 매체들을 통해 나온 바 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