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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미국이 불타 오른다』&『에세이즘』

기사입력 2023-08-17 15:56

‘애틀랜틱’, ‘네이션’ 등에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 레이나 립시츠가 쓴 이 책은 미국의 정치를 흔들고 있는 젊은 진보정치의 물결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선명하고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미국의 젊은 좌파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의 정치지형도가 세계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샌더스의 후예들, 미국 정치 판을 뒤집다 『미국이 불타 오른다』
레이나 립시츠 지음 / 권채령 옮김 / 롤러코스터 펴냄
↑ 레이나 립시츠 지음 / 권채령 옮김 / 롤러코스터 펴냄
미국 정치에 뉴레프트(New Left)의 새바람이 불어온 건 2018년 중간선거 때였다. 저자는 AOC로 불리는 28살의 정치 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그때 처음 만났다. 자동차 정비소 구석에 마련된 선거운동 본부는 대학 기술사 휴게실 같았고, 자원봉사자들은 이어폰을 꽂고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선거캠프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모두가 무아지경으로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할리우드 스타와 함께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AOC를 만난 뒤 그는 기존의 정치와는 온전히 다른 점을 발견했다. X세대는 정치에 관심을 두기엔 너무 쿨한 세대였고, 이들의 빈자리를 열정 넘치는 밀레니얼 세대가 대체하고 있었다. 2017년 작가 제사 크리스핀은 정치 현실을 “어떤 TV 프로그램이 좋은 방송인지 아닌지나 따지는 10년짜리 대화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선거 정치와 페미니즘이 세상을 바꾸는 급진적인 동력이던 시절이 지나가면서, 진보 정치를 지지하는 젊은 세대는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일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저널리스트 레이나 립시츠가 쓴 이 책은 밀레니얼 진보정치의 태동 시기에 주목한다. 9·11 테러 이후 10여 년 이상 호전적 애국주의가 휩쓸면서 전국구 좌파 후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 환경 속에 젊은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뉴키즈 온 더 블록’처럼 등장했다. 계기는 2015년 버니 샌더스 열풍이다. 마구 뻗친 백발에 싸구려 기성복을 입고 낡은 이념으로 무장한 사회주의자가 어떻게 소셜미디어 세대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샌더스 지지자의 주류는 여성과 비백인이다. 그들은 샌더스가 인기에 영합하려 신념을 굽히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신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데 매력을 느꼈다. 라틴계로 23세에 ‘정의를 추구하는 민주당원들’(JD) 상임이사인 알렉산드라 로하스는 “샌더스에게 영감을 받은 건 그의 정체성이 아니라 그가 그리고 있는 미국의 이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를 깨운 건 사회 환경의 변화도 있었다. 20대들은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었고 경찰 폭력에 대항하는 흑인 인권 시위를 경험했다.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총기사건을 겪은 그들은 샌더스 대선 캠페인에서 자원봉사하며 ‘진짜 운동’의 경험을 통해 각성했다. 역사학자 맷 카프는 샌더스가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비결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대학 등록금 폐지와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내건 민주당 역사상 가장 가차 없는 이념적 공약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만이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해진 청년세대의 불안을 진지하게 이해한 후보였다. 타협하지 않는 좌파 노선이 비결이었다.
저자는 청년이 운영하고 운동이 이끄는 단체들과, 지역으로 파고든 풀뿌리단체와 활동가들이 주류인 신좌파의 특징을 찾아낸다. 그들은 젊고, 젠더 다양성이 풍부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뛰어나고, 지역사회와 인연이 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변화는 현실에도 뿌리내린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회원이 급증하고, 10대 잡지 『틴 보그』에 마르크스 특집 기사가 실리고 있다. 이 책은 이를 ‘50년 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라고 진단한다.
모험과 도전이 허용되는 에세이는 자유롭다 『에세이즘』
브라이언 딜런 지음 / 김정아 옮김 / 카라칼 펴냄
↑ 브라이언 딜런 지음 / 김정아 옮김 / 카라칼 펴냄
“기사나 논문이나 강의에서 에세이에 대해 설명할 때는 항상 이 단어의 어원을 알려준다. 에세이는 ‘시도’라고. 그래서 완벽함을 자처하지도 않고 철저한 논의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에세이란 무엇인가. 조이스 캐럴 오츠, 올리비아 랭, 존 밴빌 등이 칭송한 작가 브라이언 딜런은 에세이즘의 본질이 단순히 에세이를 실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에세이의 모험성, 불완전성, 미완성성 등에 대한 태도에 있다고 본다. 그에게 에세이란 위험과 안정이라는 두 충동 사이에서 흔들리는 문학 형식이다.
이 책은 에세이라는 형식을 깊고 다채롭게 탐구하며 위대한 에세이스트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추적한다. 오늘날 에세이는 미래를 지향하는 오랜 양식이자 전통과 실험 사이에 놓인 미묘한 장르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에세이의 내력과 가능성, 불가해성을 세심히 살피면서도 궁극적으로

는 문학이 우리 삶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느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지 고찰한다. 저자는 에세이라는 형식에는 모종의 가벼움이 필수이고, 가벼움의 지지자 중엔 무려 오스카 와일드, 이탈로 칼비노, 조르주 페렉 같은 거장들이 있었다며 변호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3호(23.8.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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