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을 뛰어넘어 소로와 함께 걷다 『소로와 함께한 산책』
↑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 정유선 옮김 / 인플루엔셜 펴냄 |
풀타임 부고 기자로 매일 2~3시간씩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는 것이 제임스 R 해거티의 주요 업무다. 저자가 쓴 800여 명의 부고에는 흥미로운 삶을 살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많다.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는 일을 하며 그는 오히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부고는 저자에 따르면 ‘내 인생의 이야기’다. 이 글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는 영화배우, 운동선수, 거물 정치인, 기업 최고 경영자 등 1% 유명인의 경우다. 전문 기자들이 그 삶을 몇 문장으로 요약해 부고를 쓰게 된다. 자신의 삶을 육성으로 기자들과 나눈 적이 있다면 사실에 한결 가까운 글이 된다. 두 번째는 나머지 99%의 경우다. 슬픔 속에서 장례를 치르느라 정신없는 가족이나 친구의 손에 급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고는 그의 삶을 온전히 알려주지 못한다.
신문만 보고 세상을 읽는다면, 이 세상은 비관론자로만 가득해질 것이다. 불의의 사고와 나쁜 소식으로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신문 1면의 끔찍한 사건을 읽은 뒤, 부고란을 펴보라고 권한다. 그 기사에는 가장 암울한 시기에도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서 더욱 견고해진 낙관주의를 품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성공하는 법, 사랑에 빠지는 법,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법이 그 안에 있다.
저자는 “부고를 쓰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낙관적이라는 믿음을 더욱 강하게 품게 되었다”고 털어 놓는다. 잘못된 부고가 남는 걸 막기 위해 이 책은 스스로 부고를 쓰는 법과 그 이야기로부터 배울 것을 알려준다. 저자는 부고를 쓰기 전 세 질문을 던진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이 질문은 “지금부터 종종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들”이라고 조언한다.
첫 장부터 저자는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 보나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자”며 당장 노트를 펼칠 것을 권한다. 부고는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을 지닌 글’이다. 인생은 늘 그렇듯이 한 가지 일이 또 다른 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권유에 그치지 않고 저자 또한 자신의 부고를 쓰기 시작했음을 고백한다. 삶을 미사여구로 꾸미지 말고, 솔직하게 쓰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한 원칙이다. 어머니의 말씀이라도 사실 확인은 필수다. 부고를 쓰다 보니 타인의 첫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10대 시절 K마트에서 짧게 일하며 자전거 조립을 했다. 언론인으로는 불도저를 운전해봤고, 트라피스트 수도사들과 맥주를 마셨으며, 아이를 69명이나 키운 여성을 인터뷰했다. 몇 안 되는 성공의 경험만큼이나 교훈적인 이야기는 실패의 경험이다.
평범한 삶도 부고를 쓸 자격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답한다. “문제는 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가 아니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 벤 섀턱 지음 /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1849년 가을 아침, 먼 훗날 저명한 사상가이자 시인으로 불리게 될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해변을 걷기 위해 홀로 집을 나섰다. 한 세기 하고도 반세기가 지난 후, 기나긴 악몽과 불면의 밤에 시달리던 작가 벤 섀턱이 동일한 여정을 무작정 걸어가기 시작한다.
시대의 고전 『월든』을 비롯해 『케이프코드』, 『메인 숲』 속 풍경들을 뚜벅뚜벅 걷는 동안 그가 찾아낸 소중한 어떤 것들을 읊어주는 목가적인 산책기다. 긴 여행의 첫 날 저자는 빵 한 덩이, 치즈 한 조각, 노트 한 권,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두 다리와 함께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