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강세현의 재난백서] 사람을 끌고 가는 파도

기사입력 2023-07-29 13:00

중문색달해수욕장 이안류 사고 장면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연합뉴스)
↑ 중문색달해수욕장 이안류 사고 장면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연합뉴스)
파도에 끌려 가다

- 지난 6월 26일, 제주도의 중문색달해수욕장엔 수영과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오후 5시쯤 물놀이를 마칠 무렵, 20대 A씨는 몸에 묻은 모레를 씻기 위해 잠시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A씨가 갑자기 먼바다로 떠내려갔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손쓸 틈도 없을 만큼 순식간이었습니다. 잠시 뒤 민간 서프구조대원이 A씨를 구조해야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끝내 숨졌습니다.

- 2021년 7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중학생 3명이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수욕장이 폐장해 안전요원이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수영을 즐기던 순간 파도가 갑자기 이들을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1명은 다행히 부표를 잡고 버텼지만 다른 2명은 떠내려가 실종됐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해운대에서 발생한 이안류 (기상청)
↑ 해운대에서 발생한 이안류 (기상청)
반복되는 이안류 사고

위 사고는 우리가 이안류 혹은 역파도라고 부르는 해양 현상 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추정됩니다.

기상청은 이안류를 "해안 가까이에서 파도가 부서지면서 한 곳으로 밀려든 해수가 좁은 폭을 통하여 다시 바다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흐름"이라고 설명합니다. 물살이 앞이 아닌 뒤로 되돌아가는 현상으로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한순간에 사람들이 먼바다로 떠내려가게 됩니다.

이안류가 자주 일어나는 해수욕장은 바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입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과거 10년 동안 해운대해수욕장에서 204건의 이안류가 발생했고 741명이 구조됐습니다.

이안류 발생 빈도도 늘었습니다. 2020년 이안류 발생일은 지난 39일이었지만 2022년엔 87일로 무려 2.2배가 늘었습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

이외에도 중문색달해수욕장·낙산해수욕장·대천해수욕장·강문해수욕장·경포해수욕장·안목해수욕장·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이 이안류 발생 위험이 큰 해수욕장입니다.


45도로 빠져나가는 방법 (기상청)
↑ 45도로 빠져나가는 방법 (기상청)
이안류를 만났다면

이안류가 위험한 이유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을 먼바다로 내몰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도 70여 명이 이안류에 휩쓸리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물이 빠지게 되면 한정된 구조인력으로 빠른 구조가 어려워집니다. 또 당황한 사람들이 서로 물 밖으로 나오려고 엉키고 붙잡다 보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안류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튜브나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면 뒤로 떠내려가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구조를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만약 구조대가 이안류를 인지하고 곧바로 구조에 나서면 문제가 없겠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나 구조대가 활동하지 않는 시간에 이안류를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상 상황에 대비해 물놀이를 할 때는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방수팩에 넣고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구명조끼나 튜브가 없다고 해서 곧장 해변을 향해 헤엄치면 안 됩니다. 이안류의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해변을 향해 가는 건 힘만 빼는 행동입니다. 이때는 이안류가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다 45도 각도로 이안류를 빠져나온 뒤 다시 해변 쪽으로 헤엄을 쳐서 돌아와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탈출법은 수영에 아주 능숙한 사람이 아닌 이상 해내기 힘듭니다.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해변에서는 꼭 구명조끼를 입고 물놀이를 하는 게 좋습니다.


이안류 예상할 수 없을까?

이안류를 완벽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여러 변수를 조사해 이안류 발생 가능성이 큰 시간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과 국립해양조사원은 기상 상황과 CCTV 화면 등 여러 자료를 토대로 이안류 위험도를 측정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의 이안류 예측정보 페이지 들어가면 이안류 발생 위험이 있는 해수욕장에 이안류 발생 가능성을 4단계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안전, 주의, 경계, 위험으로 나뉘는 데 위험일 때는 절대 해수욕장에 들어가선 안 됩니다. 경계일 때도 언제 상황이 달라질지 모르는 만큼 물놀이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기상청 이안류 예측정보 : https://www.weather.go.kr/w/ocean/prediction/ripc

urrent.do

또 많은 분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바다로도 여행을 가실텐데요. 당연히 해외 바다에서도 이안류는 발생합니다. 호주에서는 매년 20여 명이 이안류로 사망한다는 자료까지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안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운 만큼 꼭 구명조끼 같은 최소한의 안전 장비를 갖추고 휴가를 즐기셔야겠습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MBN 종합뉴스 평일용 배너
화제 뉴스
오늘의 이슈픽

스타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