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농민' 고충 토로 "애매한 피해는 보상 없어"
전국 대부분의 농촌이 최근 집중호우 피해를 겪으며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 폭우에 깨진 수박 / 사진=연합뉴스 |
특히, 국내 수박·멜론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는 충남은 집중호우로 농작물 피해가 유독 컸습니다.
225㏊ 규모의 시설원예 단지가 있는 청양 청남면은 멜론과 수박 수확을 앞두고 물난리를 겪게 되면서 망연자실한 분위기입니다.
전수병 청소1리 이장은 "멜론 비닐하우스 다섯 동(1천200평), 콩밭 6천 평, 벼를 심어놓은 논 8천 평이 모두 물에 잠겨서 아예 못 쓰게 됐다"면서도 "이 정도 피해는 양반이다. 이보다 더 심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멜론 생산지인 부여에서는 부여읍과 규암면을 중심으로 110㏊의 농경지에서 연간 5천t을 생산하는데, 이번에 수확을 앞둔 멜론 65%(110㏊) 정도가 침수로 피해를 봤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폐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침수 피해를 본 65세 멜론 농부 정 모 씨는 "9천900㎡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멜론을 재배했는데, 이번에 5천㎡ 정도에서 침수 피해를 봤다"면서 "정부가 부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보상을 한다는데, 금액이 너무 적어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충남을 비롯해 전북과 강원 등지에서도 농가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6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전북 익산시 용안면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64세 조 모 씨는 이른바 '사각지대 농민'이 됐습니다. 농사를 완전히 망친 수준이어야 농작물재해보험의 혜택도 받는데 조 씨의 작황은 애매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조 씨는 지난해에 비닐하우스 1동(약 661㎡)당 수박 약 570개를 수확했지만, 올해는 400개 정도만 겨우 건졌습니다. 이에 그는 "비 피해를 보기는 했는데, 다른 농가처럼 심하지는 않으니 농약대, 대파대 같은 재해복구비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 수해 입은 비닐하우스 둘러보는 윤석열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
강원에서도 배추가 짓무르고 복숭아가 떨어지는 등 농가들의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수해 면적은 약 13㏊로 잠정 집계됐으며, 영월과 원주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충주댐이 수문을 활짝 열면서 원주 부론면 농경지 5㏊가 물에 잠기는 등 비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주 부론면의 한 복숭아 농부는 "하천이 범람하면서 과수원에 어른 키만큼 물이 차올라 복숭아가 상품성을 모두 잃어버렸다"면서 "밭이 펄투성이라 약도 못 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의 농작물 3만 4천353㏊가 물에 잠기고 229㏊는 낙과 피해를 봤습니다. 이는 서울 넓이의 절반을 넘는 규모입니다. 닭과 오리 등 폐사한 가축은 82만 5천 마리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농가의 피해 호소가 잇따르자, 일부 지자체는 피해를 복구하고 보상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낙과에 가축 피해까지 겹친 경상남도는 각 시·군과 협력해 시설물 점검을 강화하고 비 예보가 있는 주말에도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