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높은 하한액·짧은 수급 기간' 특징
실직 후 8개월부터 소득대체율 급감
노동전문가 "지급 기간 너무 짧아…복지병 발상은 구태의연"
↑ 실업자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국민의힘과 정부가 ‘실업급여’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실업급여 지급에 관대하다며 최저임금 실수령액보다 높은 ‘소득 역전’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노동부는 지난 1월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세금을 제할 경우 최저임금보다 높아지는 구직급여 하한액을 낮추는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다”며 실업급여 하한액 축소 방침을 시사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가 연 공청회에서는 방만한 실업급여 지급 실태를 지적하며 ‘시럽급여(달콤한 급여라는 의미)’와 ‘샤넬 선글라스’를 구매한다는 표현이 부각돼 청년·여성 수급자 폄훼 논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실업급여는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이후 실직한 노동자의 제도적 안전망과 재취업 촉진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초 수급 대상자는 실업 이전 18개월 동안 12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만 포함됐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12개월 동안 6개월 이상, 문재인 정부 당시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로하면 받을 수 있도록 수급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실업급여 하한액 제도는 90년대 후반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위해 한시적으로 최저임금의 70%를, 2000년대 들어 90%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지금의 80% 수준으로 조정했습니다.
↑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창구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매일경제 DB |
당정이 실업급여를 손보겠다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직전 평균 임금의 60% 수준으로 하루 6만 6,000원·월 198만 원입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 기준 하한액은 하루 6만 1,568원·월 184만 7,040원입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주 40시간 근무 기준)에서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빼면 실수령액은 월 201만 580원에서 월 180만 4,339원이 됩니다. 이는 실업자가 취업에 나설 의욕을 꺾게 되고, 교통비에 식비까지 포함하면 일을 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셈법입니다.
↑ 사진=챗GPT 캡처 |
이와 관련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과도한 실업급여가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나’라고 물었습니다.
챗GPT는 “과도한 실업급여가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챗GPT는 “과도한 실업급여가 제공되면 일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며 “개인들은 더 이상 일자리를 찾거나 노력하는 데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있으며, 실업급여만으로 생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기술과 역량의 업데이트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취업 시장의 실업 상태가 지속되면서 요구사항이 변화하는 가운데, 실업급여 수혜자들이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심리적 측면도 지적했습니다. 실직 상태로 오랜 기간을 보낼 경우 “사회적으로 탈락하고 자아존중감이 저하될 수 있다”며 “이는 스트레스를 유발, 다시 취업하는 데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결정자들은 적절하고 균형 있는 실업급여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OECD는 우리나라의 현행 실업급여 체계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사진=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2 캡처 |
지난 공청회서 실업급여 개혁 배경으로 언급된 ‘2022 한국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2)에 따르면 전체 노동 인구 중 고용보험 가입 노동자(insured workers)가 48%에 그칩니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가입되지 않은 집단(effective gaps)과 프리랜서 등 가입이 배제된 집단(institutional gaps)은 각각 14%, 38%로 근로자 절반이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이에 OECD는 “법적 적용 범위를 확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더욱 효과적인 시행 조치를 동반해야 한다. (The government's effort to extend legal coverage should be a accompanied by more effective enforcement measures)”고 조언했습니다.
↑ 사진=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2 캡처 |
당정이 언급했듯이 OECD는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선이 상한선에 수렴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해당 그래프는 실업 6개월 이후 구직자에 대해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인 순대체율(NRR·Net Replacement Rate)을 나타냈는데, OECD 평균을 한참 웃도는 수준입니다.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액은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44%입니다. 프랑스(26%), 일본(22%), 미국(12%)을 상회하며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 사진=OECD 2023 Benefit Reforms for Inclusive Societies in Korea: Income Security During Joblessness 캡처 |
다만 하한선은 높지만 수급 기간이 짧다는 게 우리나라 고용보험 제도의 특징입니다. 실업급여 대체율은 장기 실업자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실업 기간 소득대체율 변화를 살펴보면 실직 8개월 후부터 큰 폭으로 떨어지며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에 속합니다. 이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2000년대부터 최소 90일, 최대 240일까지인 탓입니다.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1년 동안 가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은 수급 기간이 5개월에 그칩니다. 하지만 독일·이탈리아·영국은 6개월, 아일랜드·스웨덴·핀란드·프랑스 등은 10개월이 넘습니다.
↑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 / 사진=연합뉴스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첨예하게 입장이 나뉘는 실업급여 제도 개혁에 나선 것은 고갈 위기에 직면한 고용보험기금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재정건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적립액은 6조 3,379억 7,300만 원 수준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예수금 약 10조 3,000억 원을 제외하면 약 3조 9,670억 원이 적자였습니다.
2017년 10조 2,544억 원에 이르던 적립금이 고갈돼 빚을 내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각에선 올해 기준 1,720억 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등 현행 제도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실업급여 때문에 기금이 고갈된 것은 아니며 방만한 수급 태도를 이유로 적자 프레임을 대입하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MBN과의 통화에서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이 고갈된 이유에 대해 “육아휴직 급여, 출산장려금 등 일반회계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이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소득 재분배 기능을 위해서는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은 감당하고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당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을 언급하며 “고용유지 지원금으로 많이 나갔고, 실업급여 자체로 마이너스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특별 계산해야 한다”며 “공적 연금 제도의 모든 적자를 사보험의 이익 창출 방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임금 역전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정치권 논쟁에 대해서는 “말초적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OEC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