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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씩 전화를 하던 아인데"…슬픔에 빠진 오송 지하차도 실종자 가족들

기사입력 2023-07-16 13:48 l 최종수정 2023-07-16 14:01

15일 오전 8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덮치고 있습니다. / 사진=지하차도 CCTV 갈무리
↑ 15일 오전 8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덮치고 있습니다. / 사진=지하차도 CCTV 갈무리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 10여 명의 실종자가 나와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망자는 총 8명으로 늘었습니다.

어제(15일) 오전 기록적 폭우로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충북 청주시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차량 수십 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뒤이어 오늘(16일) 아침 8시 기준으로 실종자 6명이 숨진 채로 더 발견됐으며, 9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실종자의 외삼촌인 49세 A씨는 “조카(24)가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다. 쉬는 날이라 어제 친구와 넷이 놀러 가기로 했다더라. 친구 둘은 먼저 도착했는데 뒤따라 버스를 타고 간 조카랑 다른 친구는 못 빠져나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또 “비가 그렇게 왔는데 버스가 왜 이 길로 갔는지 모르겠다. 사전에 길을 통제했거나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이어 “누나는 지금 경황이 없어서 오지도 못했다. 우리는 인상착의를 아니까, (소방 쪽에) 신원을 빨리 확인해달라고 했는데 현장에서 ‘신원 확인이 어렵다’라고 했다. 병원도 못 가고 지금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며느리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한 또 다른 실종자 가족 74세 B씨는 차도에 갇힌 아들이 세종에서 치과를 한다며, “아들이 다른 사람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었다고 들었다. 시간이 너무 지났다. 소방 사람들도 ‘에어포켓’ 그런 것도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던데, 완전히 절망적”이라고 흐느꼈습니다. 어제 오후 3시쯤부터 밤새 현장을 지켰다는 B씨는 또 "평소 엄마한테 이틀에 한 번, 30분씩이나 전화를 하던 착한 아들인데 그저께(14일) 저녁 퇴근하며 전화한 게 결국 마지막 연락이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하천이 넘치는 상황에서 도로 통제도 안 했다니, 인재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B씨의 아들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쌍둥이 딸 2명과 초등학교 3학년 막내아들을 둔 아버지였는데, 혼자서 생계를 전부 책임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숨진 채 발견된 30세 김 모 씨의 누나(35) 김 씨는 동생과 갑작스러운 이별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희생자 김 씨는 청주시 내 한 초등학교의 교사였으며, 자택에서 충남 천안시의 한 공공기관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처남을 오송역(KTX 고속철도)에 데려다주려고 함께 움직이다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들 김 씨를 잃은 60대 어머니는 친지들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고, 두 달 만에 사위를 잃은 장모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 씨의 누나는 “책임감 강하고 성실해 누구도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동생이었다”면서 “동생의 죽음이 현실 같지 않다. 둑이 터져 물이 쏟아져 들어올 때까지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두 원망스럽다. 이렇게 죽을 아이가 아닌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사고 당시 김 씨와 처남은 순식간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차량에서 나와 차량 위로 올라갔지만, 지붕에서도 견딜 수 없게 돼 바깥으로 헤엄쳐 나오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의 처남은 그러다 매형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누나 김 씨는 “신고받고 119에서 초기에 불을 끄는 팀을 보낸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지하차도에 물이 찼는데, 불 끄는 팀이 왔다면 초기에 대응할 여력이 전혀 없었던 것 아닌가.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자세한 경위를 밝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소방 당국은 밤새워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가동해 지하차도에 고인 물을 빼냈습니다. 오늘 새벽 4시 35분쯤 버스 지붕 아래로 수위가 내려가자, 아침 6시부터 잠수대원을 수중 투입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수색한 지 1시간 20분 만에 버스 앞쪽 출입구에서 70대 여성을 발견하는 등 실종자 5명을 추가 구조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침 8시 30분쯤에는 지하차도 입구에서 50대 남성 1명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어제 발견된 김 씨를 포함해 오늘 오전 9시 기준 사망자는 총 8명으로 늘었습니다.

실종자 가족 30여 명은 현장 지휘 본부 뒤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물이 유입되는 둑을 빨리 막고 어제 종일 배수했으면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서정일 청주 서부소방서장은 “3시간 정도 배수를 하면 구조대원들이 도보로 집중 수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

혔습니다. 배수가 완료되면 소방 당국은 군·경찰과 함께 합동으로 수색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하차도가 박스형이라 에어포켓 등 대피할 공간이 없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또 “해당 지하차도는 에어포켓이 생기지 못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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