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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4:3'…유승준 입국 허가를 둘러싼 법원의 상반된 판단 [법원 앞 카페]

기사입력 2023-07-15 09:00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앞 카페에 앉아 쓰는 법원 출입기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때로는 소소하면서도 때로는 중요하지만 잊혀진 그런 법정 안팎이야기를 다뤄보려 합니다.


4:3

스티븐 승준 유(한국명 유승준) 씨가 재외동포 F-4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진행한 7번의 재판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7번째 재판인 지난 13일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김무신·김승주 판사)는 유 씨가 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유 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고 선고했습니다.

재판부 네 곳은 유 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고 판단했고, 세 곳은 발급하지 않은 게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포함된 만큼 똑같이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판결 내용을 보면 재판부에 따라 각각 다른 이유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스티븐 승준 유 (한국명 유승준) (사진=연합뉴스)
↑ 스티븐 승준 유 (한국명 유승준)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승준 유 소송 일지

2002.1. 미국시민권 취득
2002.2. 입국금지조치
2015 1차 비자발급 거부 - 1차 소송 시작
2016 1차소송 1심 패소
2017 1차소송 2심 패소
2019.7. 1차소송 3심 승소 (파기환송)
2019.11. 1차소송 파기환송심 승소
2020.3. 재상고심 승소 (확정)
2020.7 2차 비자발급 거부 - 2차 소송 시작
2022. 2차소송 1심 패소
2023.7.13 2차소송 2심 승소

무슨 이유로 어떤 재판은 '발급해줘라' 어떤 재판은 '발급 안된다'라고 하는 것인지 살펴봤습니다.

재외동포법 vs 출입국관리법

가장 큰 쟁점이 된건 두 가지 법이 충돌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입국 자격을 결정하는 출입국관리법과 외국에 사는 재외동포의 출입자격을 규정한 재외동포법이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시민권 취득 전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었던 만큼 재외동포에 해당하는 유 씨는 다음 규정을 근거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습니다.

개정 전 재외동포법

다음에 해당하면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38세가 넘으면 부여할 수 있다.
-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병역을 수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38살이 넘었으니 이제 체류자격이 생긴다는 주장이었죠.

반면 출입국관리법에는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다음에 해당하는 외국인은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을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사람

2015년 1차 신청 당시 영사관은 이미 법무부가 이 규정에 따라 입국금지를 유지하고 있다며 비자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두 법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까요? 먼저 시작된 1차소송의 1심법원은 출입국관리법을 우선이라고 봤습니다.

출입국관리법과 재외동포법의 규정 취지, 문언, 체제에 의하면 재외동포체류자격, 체류기간 등 재외동포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재외동포법이 출입국관리법의 특별법으로서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체류자격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재외동포의 사증발급과 관련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체류자격은 사증발급의 요건 중 하나 또는 사증의 기재사항으로서 사증과 구분되므로, 재외동포의 사증발급에 있어서는 재외동포법이 아닌 출입국관리법이 적용된다 할 것이다.

- 2016. 8. 12. 1차소송 1심 선고

1차소송 1심 법원은 문서 형태인 '비자'와 법적인 '체류자격'은 구분되는 것이라고 봤는데 체류자격은 출입국관리법으로 정하므로 이에 따라 '유 씨는 체류자격이 없다' → '비자 발급 거부 합당' 이라고 봤습니다. 이어진 1차소송 2심 법원 역시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1차소송 3심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무조건 출입국관리법을 우선으로 둘 게 아니라 영사관이 재량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외동포에 대한 사증발급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재외동포가 사증발급을 신청한 경우에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서 정한 재외동포체류자격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증을 발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2019. 7. 11. 1차소송 대법원 선고

이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입국 자격을 갖췄다고 무조건 비자를 발급해줘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입국 금지된 상태라고 무조건 비자발급을 거부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즉 재외동포법과 출입국관리법이 충돌하면 유 씨의 사정에 비춰봤을때 입국금지 정도와 재외동포법의 취지 등을 종합해 비자발급 여부를 정했어야 하는데 영사관이 '법무부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입국금지 해놓은 상태니 발급 안 돼' 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 건 잘못이라는 것이죠.

대법원의 이런 판단에 따라 이어진 파기환송심 법원은 '재외동포의 출입국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재외동포법의 목적과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입국금지된 기간이 13년이 넘었던 점' 등을 비교해볼 때 유 씨에게 비자를 발급해도 문제없다고 보고 비자를 발급해주라고 선고했습니다. 영사관이 재상고했지만 재상고심 대법원 역시 발급해주라고 판단해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충돌하는 재외동포법 조항

1차 소송이 유 씨 승리로 끝나면서 비자가 나오나 싶었더니 영사관은 다른 근거를 들어 재차 비자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이번에는 유 씨가 발급을 주장한 근거로 든 재외동포법의 또 다른 조항을 꺼내들었습니다.

개정 전 재외동포법

다음에 해당하면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앞에서 본 출입국관리법의 입국금지 조항과 비슷하죠? 사실 영사관은 1차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뒤 비자발급을 해줄지에 대해 법무부에 문의했고 법무부는 위 재외동포법을 근거로 비자 발급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영사관은 이에 따랐죠.

병역기피자라도 38세가 넘으면 체류자격이 생긴다는 조항과 대한민국 안전보장에 해가 되면 체류자격이 없다는 조항 사이의 충돌이 바로 2차 소송의 쟁점이었습니다.

2차소송에서 유 씨 측은 앞에서 본 '병역기피자 38세 면제 조항'이 별도로 있는 만큼 '안전보장' 조항에 병역기피와 관련한 부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병역과 상관없는 안전보장 관련 문제가 있으면 안전보장 조항을 적용하면 되지만 병역기피는 병역기피 조항을 적용해야 하는 '배타적' 조항이라는 거죠.

하지만 2차소송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쪽 조항을 적용한다고 다른 조항을 적용할 수 없는 배타적 조항이 아니라는 겁니다.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경우'라고 하여 반드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고, 그 목적론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양자는 어느 한쪽의 적용으로 인하여 다른 쪽의 적용이 배제되는 특별조항과 일반조항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그 사회적 함의(含意)에 비추어 별도의 요건으로 각각 판단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2022. 4. 28. 2차소송 1심 선고

이는 유 씨가 '38세를 넘은 병역기피자'에도 해당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안전보장에 우려가 있는 자'로 함께 해석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보장 조항을 적용해 비자를 안 주는 건 문제없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2심 법원 판단은 반대였습니다. 유 씨 주장대로 '병역기피' 조항이 별도로 있으면 '안전보장' 조항에 병역기피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후천적으로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되지만, 그가 38세가 넘었다면 처분 당시에 구법 일반규정이 정하는 사유 즉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새김이 타당하다.

- 2023. 7. 13. 2차소송 2심 선고

만약 안전보장 조항을 적용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려면 별도의 조항이 있는 병역과 관련 없는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병역기피를 사유로 내세우려면 38살이 넘었으니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같은 재외동포법 안 두 조항을 놓고 나온 해석의 충돌은 영사관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에서 다시 결론이 나오게 될 겁니다.

'영구' 입국금지는 과한가?

또 한가지 쟁점이 된 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유 씨의 사실상 '영구적인' 입국금지 상태가 과도한가였습니다. 2002년 법무부가 유 씨의 입국금지를 결정한 뒤 이 결정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유 씨는 자신이 한 잘못에 비해 이렇게까지 길게 입국금지를 하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했죠. 여기에 대한 법원 판단도 계속 엇갈렸습니다.

먼저 1차소송 당시 1심 법원은 이런 유 씨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원고는 방송·연예활동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입국을 허가하거나 기간을 정하여 입국을 금지하는 방법으로도 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입국금지조치 당시 원고의 행동이 초래한 사회적 영향과 충격을 감안할 때 원고의 자유로운 입국 자체가 국군 장병의 사기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었고….

- 2016. 9. 30. 1차소송 1심 선고

유 씨의 병역기피로 생긴 사회적 충격을 감안할 때 결코 과도하지 않다는판단이죠.

이런 판단은 2차소송 1심 법원에서도 나왔습니다.

원고는 당시 유명연예인으로서 그 병역 면탈을 용인할 경우 불러올 사회적 파장이나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고, 실제로도 원고에 대하여 비난여론을 반영한 국민청원 글이 게시되거나, 원고가 최근까지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면서 원고에게 반감을 가진 일부 국민들과 논쟁을 벌이는 모습의 인터넷 미디어 활동이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의 국적이탈로부터 20년이 흐른 현재까지의 개선되지 아니한 여러 상황들을 종합하여 보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고려함에 있어 이러한 갈등적 요소를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거나 만연히 간과할 수는 없다.

- 2022. 4. 28 2차소송 1심 선고

반면, 비자 발급을 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던 1심 대법원은 오랜 입국금지도 과하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입국금지사유가 입국 후에 발견되거나 발생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하거나,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의 입국금지 제한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13년 7개월이 지나 이루어진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 2019. 7. 11 1차소송 대법원 선고

강제퇴거를 당하는 외국인도 입국금지 제한은 5년까지만 하고 있는데 그보다 몇배 기간 입국금지를 당한 유 씨의 경우에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2차소송 2심 법원은 입국금지 기간이 과도한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밝혔습니다.

2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외국국적 동포의 포괄적인 체류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있고, 이를 국민 여론이나 국민 법감정으로 치부할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 2023. 7. 13. 2차소송 2심 선고


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1차소송에서 승소했고 2차 소송도 2심까지 승소한 유 씨지만 유 씨는 여전히 대한민국 땅을 밟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법원에서 또 승소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2번 비자발급을 거부한 영사관이 또 다른 근거를 들어 비자발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비자발급이 된다 하더라도 법무부가 현재 유지하고 있는 입국금지를 풀어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법무부가 출입국관리법에서 정한 '안전보장에 위협이 되는 자'라는 판단을 계속 내리는 한 말이죠.

유 씨가 안전보장에 위협이 되는 자로 평가된 건 당시 국내 병역시스템을 뒤흔들 만큼 파장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 파장이 지금까지 어느정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유 씨가 비자발급 거부 취소 소송을 낼 당시에도 국회에서는 이른바 '유승준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나서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안전보장에 위협이 되는 자'라는 다소 추상적인 평가를 극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안전보장에 위협이 되는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평

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합니다. 이는 법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유 씨 스스로 대중의 용서를 받아내거나 또는 다른 평가를 이끌어내야 가능할 겁니다.

2차소송 2심 재판이 끝난 뒤 유 씨 측 변호인은 '사회적 목소리'에 대한 질문에 "여론이 이 사건을 자세히 알면 이렇게까지 미워할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여론이 안 좋음에도 재판부에서 소신있게 판단해줘 감사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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