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뭔가 제 하나의 스펙 같아요. 인스타그램이나 인기의 척도 자체가요."
30대 여성학 연구자 김지효 씨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인스타그램 '인생샷' 문화에 참여하거나 참여했던 20대 여성 12명을 인터뷰해 '인생샷 뒤의 여자들'이라는 신간 도서를 냈습니다.
'인생샷'이란 사진 찍기 준비 단계부터 촬영 후 보정을 거쳐 SNS에 올린 후 그에 대한 반응을 관리하는 일까지의 모든 과정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김 씨는 이에 대해 사회현상이나 인정욕구만으로는 일반화할 수 없는 복잡한 맥락이 자리한다고 말합니다.
이 도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인생샷'은 1990년대 후반 '아이러브스쿨'에서 '싸이월드' '5대 얼짱 카페'로, 이 다음엔 '페이스북'을 거쳐 '인스타그램' 등으로 발전했습니다.
촬영기기도 90년대 후반 컴퓨터에 연결해 사용한 화상채팅용 웹캠에서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으로 진화했고, 각 매체를 대표했던 영향력 있는 스타들의 명칭 역시 퀸카→얼짱→여신→인플루언서로 바뀌었습니다.
셀카의 화각(카메라 촬영 범위)은 1990년대 얼굴, 2000년대엔 얼굴과 몸, 근래엔 이에 배경까지 더해졌습니다.
제작 과정이 콘셉트 기획, 장소 및 의상 선정, 촬영, 보정, 업로드 등으로 세분돼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인생샷은 혼자 찍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아요' '댓글'을 제공해 줄 조력자 역시 필요합니다. 저자는 인생샷을 만들어 주는 건 배경의 아름다움이나 피사체의 멋진 의상보다도 "아름다움을 승인하는 권력"이라고 강조합니다. 김 씨는 어떤 옷을 입을지, 어디서 찍을지, 어떤 보정 과정을 거칠지 등에 대한 고민 끝에 탄생하는 '인생샷'은 '좋아요'나 '댓글'이 달린 후에야 비로소 '진짜 인생샷'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인생샷이 주는 가벼움도 이와 더불어 20대 여성들이 인스타그램으로 몰리는 원인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페이스북은 점차 정치적인 내용의 글을 쓰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갔고, 글자 수 제한이 있는 트위터도 정치·사회적 발언의 장으로 변해갔습니다. 이에 따라 비교적 밝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는 인스타그램으로 외모 관리와 이성애에 관심 있는 페미니스트들까지 몰렸습니다.
저자는 20대 여성 다수가 인스타그램 '인생샷'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책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83%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며, 이들이 친구를 팔로잉하는 비율은 90.6%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고, 인스타 친구와 실제 아는 경우도 72.5%로 역시 가장 높다고 합니다.
저자는 책을 쓰며 "어떤 취약함은 화려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과격해 보이는 얼굴 안에도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취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인생샷'을 찍을 때만큼은 적어도 한두 가지 이미지로 대동 단결되며, 이 안에는 자본주의 고도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남성 욕망의 체화,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과시욕 등 다층적인 욕망이 뒤섞여 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