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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Big Fish'에 왜 그리 약한가?" [서초동에서]

기사입력 2023-07-10 13:20

세 번째 도주 시도한 김봉현…검찰 "법원, 김봉현에 관대"

“21세기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법조계 관계자로부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치소를 탈주할 계획을 세웠다는 제보를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입니다.
([단독] 도주 시나리오까지 작성한 김봉현…검찰 첩보에 덜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 출처 : 연합뉴스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후 확인된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장장 A4 용지 27장에 걸쳐 치밀한 탈옥 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유명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방불케 했습니다.

김 회장의 도주 행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4년간 검찰 수사과정에서 두 차례나 도주했다 붙잡혔습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도주 일지>
2019년 12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출석->5개월간 도주
2020년 4월 구속
2021년 7월 보석 석방
2022년 9월 구속영장 기각
2022년 10월 12일 구속영장 재청구->기각
2022년 10월 26일 재판 중 사건 보석취소 청구
2022년 10월 28일 법원, 보석취소 청구에 대한 심문 뒤 미결정
2022년 11월 사건 변론종결 예정. 전자 팔찌 손괴하고 불출석. 이후 보석취소
2022년 12월 48일 만에 검거
2023년 2월 1심 선고(징역 30년, 추징금 769억 원)

종합해보면 지난해 법원은 앞서 '도주 전력'이 있던 김 전 회장에 대해 영장을 두 차례 기각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석 상태에서 전자 팔찌를 끊고 도망치기 전에 "밀항 염려 있다"며 청구된 통신영장 1건도 기각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법원은 검찰에서 김씨 보석 취소 신청을 받고도 결정을 내리지 않다가, 김씨가 도주한 직후에야 보석을 취소했습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왜 법원이 김 전 회장에게 이리 관대한지 이해라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김봉현에 대한 영장이 수차례 기각되고, 보석 등으로 인해 많은 수사력과 시간이 낭비되는 결과 초래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특히 "다른 사건들에 투입돼야 할 시간과 노력이 그럴 필요 없는 사건에 투입된 것”이라고 강하게 법원을 성토했습니다.
라임 사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계획을 도운 혐의를 받는 친누나 김모 씨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라임 사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계획을 도운 혐의를 받는 친누나 김모 씨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7.6
더욱 놀라운 것은 김 전 회장이 최근 세 번째 탈옥을 계획했고, 그의 누나를 이를 도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지난 7일 법원이 이를 또 기각했다는 사실입니다. 법원은 "도주 원조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범죄 담당하는 서울 남부…Big Fish 사건 많아

서울남부지검과 법원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 양산하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대규모 금융범죄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소위 'Big Fish', 즉 거물이 연루된 사건이 많습니다. 최근에도 김봉현 전 회장을 비롯해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사건을 처리 중입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 출처 : 연합뉴스
↑ 서울남부지방법원 /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김 전 회장뿐 아니라 김 의원도 영장 기각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남부지검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 화폐 '이상 거래'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 계좌 추정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FIU로부터 이상 거래 의심 사례로 넘겨받아 범죄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계좌 영장을 연속해서 기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특히 계좌 추적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김봉현 전 회장의 2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와 동일 인물이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한 사건에서 법원이 잇따라 영장을 기각하는 데 대해 검찰 내부의 당혹감이 크다”"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하고, 부인하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기각하는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근래 구속되는 사건은 폭처절(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범) 사건과 돈도 힘도 없는 일반 서민들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허탈감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법원-검찰 갈등 도화선은 '영장'…영장항고제 대안도

법원과 검찰의 갈등에는 '영장'이 중심에 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법원은 구속 요건은 엄격히 제한돼 있고, 헌법과 형사소송법에는 무죄추정원칙과 불구속수사원칙이 규정돼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검찰은 피의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관계자들과 입을 맞추거나, 다른 증거를 인멸할 수 있어 수사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고 주장합니다.

일각에서는 '영장항고제' 도입을 대안으로 언급합니다. 영장심사를 하나의 재판으로 해석해 기각되면 상급법원에서 재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다만, 대법원은 영장심사 결과는 항고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현재처럼 재청구를 하면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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