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매경DB) |
한국부동산분석학회에서 발간하는 학회지 '부동산학연구'에 얼마 전 눈길을 끄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한강 조망권이 아파트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김수형·한양대 최창규 교수 논문으로, 서울 강남권에서도 대장주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신반포 1차를 재건축해 2016년 8월 준공된 단지로, 1,612세대 중 일부 세대에서 한강뷰가 나옵니다.
논문은 2017년 1월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거래된 아크로리버파크 매물 356건의 실거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강 조망률이 1%p 증가할 때마다 실거래 가격이 0.5%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한강조망의 정도에 따라 '조망 없음', '제한 조망', '일반 조망', '상당 조망', '전면 조망' 등 5구간으로 나누어 분석했더니, 한강이 전혀 보이지 않는 1구간에 비해 전면 조망이 가능한 5구간이 실거래가에 13.4% 높은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조사 가구 중 한강 조망률이 가장 높은 가구는 30.76%로, 전용 84.99㎡ 기준 최대 가격 차이가 4억 2,269만 원에 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아파트 안에서도 조망에 따라 대장 세대와 비대장 세대가 수억 원이 넘게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연구에선 각 세대의 한강조망률을 계산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통해 건축 설계를 하는 '텐일레븐'사의 3차원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BUILDIT’을 사용했습니다.
↑ 『한강조망권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에서 발췌 |
'좋은' 아파트의 가치는 분양 시장에서도 드러납니다. 서울 강동구의 대장주가 될 올림픽파크 프레온(둔존주공 아파트 재건축) 분양은 꽁꽁 얼어붙은 매수심리에 지난 1월 1,400가구가 미계약이 났지만, 이후 프리미엄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지난달에만 4건 거래됐는데, 최대 18억 5,600만 원에 실거래가가 형성됐습니다. 13억 원대였던 일반분양가와 비교할 때 5억 원 가까이 웃돈이 붙은 가격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그나마 가격 차이만 납니다. 최근 지인과 서울 마포구 일대의 아파트를 둘러볼 일이 있었는데, 대단지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만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호가가 1억 원 가까이 뛰어 있었습니다. 지역 대장주 아파트에 가장 먼저 매수세가 붙은 것으로, 다시 말해 '환금성'이 보장된다는 겁니다. 매수세가 약할수록 대장과 비대장 아파트의 차이는 극명해져 대장 아파트는 극심한 침체기에도 가격을 낮추면 매도할 수 있지만, 비대장 아파트는 아무리 낮춰도 팔리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반대로 상승기에는 대장주 아파트가 가장 먼저, 그리고 빨리 가격이 오릅니다.
대장주 아파트 좋은거야 잘 알지만, 자금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시는 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은 고가라는 특성 탓에 환금성이 막히면 크게 곤란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직장과 교육 등으로 이유로 해당 지역에 살 수 밖에 없다면 대출 등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아파트를 사야 하고, 여력이 안 된다면 보다 저렴한 인근 지역의 대장주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 가계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한강변 아파트 전경 |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