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으로 병원 찾은 환자 4년간 8.3% 증가…여성, 남성보다 1.4배
↑ 심장병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심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펌프질을 하며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장기입니다.
혈액에 산소와 영양분을 실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보내 생명이 유지되도록 합니다.
심부전(心不全ㆍheart failure)은 다양한 기저질환에 의한 합병증입니다. 여러 원인으로 심장 기능이 저하돼 신체 각 부분에 혈액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심장 혈관이 막히거나(관상동맥 질환), 맥박이 불안정하거나(부정맥), 심장 근육 자체가 약해지는(고혈압, 당뇨병, 유전자 이상에 의한 심근증) 등 원인이 다양한데, 마치 자동차 엔진이나 부품이 고장 나거나 연료가 부족하면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는 상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심부전이 발병하면 5년 내 60~70%가 사망에 이르기에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고 부릅니다.
김미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말기 심부전은 암보다 무서운 질환이지만 예방과 치료법이 점점 발전하면서 충분히 조기 진단하고 관리할 수 질병”이라고 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심부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3만9,682명으로 2017년 22만1,315명 대비 4년간 8.3% 증가했습니다.
전체 심부전 환자의 85% 이상을 60대 이상이 차지했고,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많았습니다.
고혈압과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원인이 절반 이상이고 심장 판막 질환, 부정맥, 심근증도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생활 습관에 의한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병에 의한 심부전이 크게 늘었습니다.
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당은 만성 염증 상태를 일으키고 심근과 혈관을 손상시켜 심부전을 유발합니다.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증가하는데, 60~70대의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을 진단받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과거 심장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더라도 중증의 폐, 콩팥, 간, 인지장애, 자가면역 질환, 암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전신 상태가 쇠약한 고령인에게서 갑자기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항암제, 알코올, 식욕억제제 등의 심독성 약물에 민감한 사람이 이들 약물에 노출되면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미정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등의 위중한 심장 질환 치료 후 생존율은 높아졌지만, 소생한 환자의 일부는 심부전을 앓게 된다”며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심부전 환자도 상당히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심부전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입니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폐에 혈액이 고이는 폐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힘들게 움직일 때만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눕거나 잠을 잘 때도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발목과 종아리가 붓고 심하면 복수(腹水)가 찹니다.
일부는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며, 그 이유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부종이 동반돼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빈맥)이 나타나고, 노인은 경미한 인지장애가 악화하기도 합니다.
특히 쇠약한 고령인에게서 흔해 자칫 나이 탓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중증 심부전에서는 근육이 소실돼 기력이 달리고 움직이기 힘들어하며 입맛이 없어 체중이 빠지기도 합니다.
김미정 교수는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할 수 있던 움직임을 힘들어 못하게 된다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엔 공원 두 바퀴는 쉽게 돌았는데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찬다거나 계단 몇 층 정도는 쉽게 올라갔는데 힘들어졌다면 심부전의 신호일 수 있다”며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심부전은 중증도에 따라 병기를 분류하는데, 아무 증상 없이 심근 손상 위험 인자만 있는 초기부터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까지 모두 4단계로 나뉩니다.
때때로 심부전 치료제가 효과가 늦게 나타나거나, 일시적으로 콩팥의 사구체여과율 수치를 올리거나, 오래 복용했던 당뇨병, 만성콩팥병, 관절염 등의 약과 상충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심장과 기존 질병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
김미정 교수는 “심부전은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건강한 생활 습관과 입증된 약물 치료로 꾸준히 관리하면 진행을 막고 아프기 전의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며 “조기 발견에 힘쓰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