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스트리밍 후 바이닐 구매...피지컬 앨범 대부분이 바이닐
무압축 음질과 비주얼도 구매 이유
바이닐(Vinyl) 레코드 열풍이 거세다. 누군가는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 산업 속에서 이만큼 뜨거운 감자는 없다. 바이닐 레코드가 작년 한 해 얼마 많이 팔려나갔는지를 보면 안다.
↑ 픽사베이 |
과거의 레코드 숍에는 컴팩트한 CD가 주를 이뤘고, 바이닐은 한편에 장식처럼 있었다. 하지만 전세가 역전됐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CD는 구석에 자리하고 있고, 모든 레코드 숍에서 거래하는 (파일로 스트리밍 또는 저장해서 듣지 않는 물리적 음악 저장 장치인) 피지컬(Physical) 앨범 대부분이 바이닐 레코드다.
나는 최근에 호주 시드니를 다녀왔다. 그곳에서도 몇 군데 레코드 숍을 들락거렸다.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86년작 <컬러 퍼플>과 앨런 파커 감독의 1980년작 <페임>의 사운드트랙 바이닐을 중고로 구입했다. 전자는 1980년에 호주에서 프레싱(제작)된 앨범이고, 후자는 1980년 영국에서 프레싱된 앨범이다. 말 그대로 영화 개봉과 동시에 발매된 초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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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이후 음악 시장은 ‘디지털’이라 불리는 새로운 포맷의 음악 듣기에 피지컬 앨범의 권좌를 내주어야만 했다. 아무도 피지컬 앨범을 사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물리적 형태의 앨범을 소유하기보다는 모바일 장치 속에서 편하게 내려 듣고, 손쉽게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트 형태의 앨범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다시금 피지컬 앨범에 대한 선호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대상은 CD가 아니었다. 음악 역사에 있어 가장 오래된 음악 저장 장치이면서 굉장히 불편하기 짝이 없는 바이닐 레코드였다.
아, 이 글은 바이닐 레코드의 놀라운 신장세를 산업적이면서도 라이프스타일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음악 산업에서 여전히 가장 큰 수익률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여전히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듣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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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건 한때 한없이 추락했던 피지컬 앨범 분야의 비약적 성장세다. 피지컬 앨범은 2021년을 기점으로 놀라운 부활을 이루어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4% 증가한 1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바이닐 레코드의 수익은 2021년에 비해 17%나 증가했고, 12억 달러의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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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표를 근거 삼아 전문가들은 바이닐 레코드의 판매를 두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바이닐 레코드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밖에 안됐다. 물론 이전에도 마니아들을 통해 바이닐이 거래되긴 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신보를 발매하는 뮤지션들이 무조건 바이닐을 발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이 CD와 음원 형태로 음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로 CD와 음원 저장을 통해 음악을 소비했다. Z세대는 오로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만 음악을 접했다. 그러니 Z세대에게 있어 바이닐과 CD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경한 클래식 포맷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Y2K(Year 2000)’의 부활이다. 바이닐 레코드뿐만 아니라 보드 게임, 필름 카메라 등의 레트로(새로운 세대에게는 뉴트로) 아이템이 다시금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큰 축을 차지하는 데에 기인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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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바이닐 레코드는 올드 뮤지션의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인기를 얻고 있는 현재의 아티스트 레코드라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국내 내한 공연으로 인기 몰이를 했던 해리 스타일스의 바이닐은 전석 매진을 기록한 공연 티켓만큼이나 불티나게 팔렸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 활동하지 않는 과거 뮤지션들의 앨범도 ‘클래식’이라는 미명 하에 잘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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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닐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Y2K(Year 2000)’의 부활이다. 바이닐 레코드뿐만 아니라 보드 게임, 필름 카메라 등의 레트로(새로운 세대에게는 뉴트로) 아이템이 다시금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큰 축을 차지하는 데에 기인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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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월 구독료(평균 10달러 정도)의 두 배 이상이다. 심지어 스트리밍은 그 비용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음원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닐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건 소유의 프리미엄이다(심지어 한정반들은 고가로 리셀되기도 한다). 일단 대부분 레코드의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특별히 ‘한정반’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지 않더라도 초판을 판매하고도, 다음 프레싱까지 꽤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 대부분 레코드의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사진 픽사베이) |
아무튼 이런 이유에서 바이닐은 조금 더 우월하고 명징한 사운드를 가진다. 바이닐은 오디오 시스템. 즉, 청자가 보유한 턴테이블, 심지어 소리골을 긁는 바늘, 앰프, 스피커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 소비자에게 바이닐 사운드는 일종의 색다른 ‘재미’를 전할 때가 많다. 낡은 중고반일 경우 먼지나 흠집으로 인해 자글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고, 심지어 바늘이 레코드 위를 미끄러져 지나갈 때도 많다. Z세대 레코드 소비자들에는 이것마저도 바이닐만의 흥미로운 매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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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명확한 예는 K-팝 문화에서도 도드라진다. 블랙핑크나 BTS의 바이닐 레코드가 단지 듣기 위해 존재할까? 물론 바이닐 레코드 컬렉션에 열정을 쏟는 이들이라면 좋은 시스템을 장만하고 정말 듣기 위해 앨범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K-팝을 포함해 동시대 음악 소비자들의 형태는 두 가지로 함축된다. 첫째, 스트리밍으로 무한 반복하여 그 앨범을 듣는다. 둘째,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바이닐을 일종의 굿즈처럼 소비하고 소장한다. 어쩌면 이게 현재의 바이닐 시장을 움직이는 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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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따라 바이닐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다양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중고부터 최신 발매반에 이르기까지. 이 다양성은 점차 바이닐 레코드의 시장을 확장하는데 일조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큰 범주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당신에게 바이닐 레코드는 어떤 의미일까?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글에 있지 않을까 싶다.
“소비자 입장에서 현대의 바이닐 레코드는 음악 감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