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몰고가나" 반발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오늘(29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및 정보은폐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카드사용 시간과 상호 등의 정보가 가려진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 출처=연합뉴스 |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정보공개청구하여 받은 시민 단체가 검찰 특활비 자료 중 74억 원어치 자료가 누락됐으며 특정 내역은 가린 채 공개하여 특활비 공개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29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은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법원 판결에 따라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33개월 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증빙 자료 1만 6천여 쪽 분량을 지난 23일에 받았습니다.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된 2017~2019년도 검찰 특활비는 감사원의 계산증명규칙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계산증명규칙 제 27조에 제2호 등에 따르면 특활비를 집행하면 관련 영수증을 증거서류로 첨부해야 하며 현금으로 지급했을 경우 영수증과 함께 집행 내용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단체들이 검찰로부터 받은 특활비 자료에는 지난 2017년 1∼4월 대검찰청 특활비(74억 원)와 같은 해 1∼5월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활비 증빙 자료가 없었습니다.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 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자료를 받고 나서 며칠 간 당혹감 속에서 지냈습니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지침과 감사원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사용한 예산을 기록해야 합니다"라며 "국정원도 특활비를 공개하지 않지만 내역을 작성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내역은 단 1장도 없습니다. 초유의 사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해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내역 중 6월에는 18건, 7월에는 27건의 증빙자료가 없으며 특활비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누락 기간에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이영렬,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근무했습니다.
단체들은 검찰이 증빙자료를 고의로 은폐한 정황이 있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으며 국정조사로도 제대로 내역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특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 변호사는 "증빙자료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했던 자료가 추후 은닉·폐기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제출한 업무추진비 증빙 자료에 상호명과 결제 시각이 가려진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법원이 개인식별 정보만 가리고 공개하라고 했는데도 검찰이 멋대로 음식점 등 상호명과 결제 시각을 가렸다는 겁니다.
반면 검찰 측은 있는 정보는 최대한 공개했으며 일부 자료를 가린 것은 수사 기밀이 드러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라는 판결문의 취지에 따랐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대검찰청은 입장문에서 “검찰은 판결이 확정된 이후 보관되어 있던 특수활동비 집행자료 전부를 제출하였습니다. 다만, 2017년 9월경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되기 전 이전 자료는 일부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제출하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예산 정보를 은폐한 거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집행명목은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판결에 따라 집행명목을 추단할 수 있는 상호명은 비공개하였고, 결제시각은 판결에 따른 공개 대상 정보가 아닌 관계로 비공개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검찰 내부에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시일이 오래 경과된 자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국정조사나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과거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특활비 횡령 의혹을 주장하다가 그에 대한 자료를 받은 뒤 중앙지검장 시절 2개월간의 자료가 없는 것을 문제삼는 것은 특정 방향으로 몰고가려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MBN이 판결문을 받아 분석해보니 법원도 특활비를 받아쓴 이의 이름과 집행 내용(집행명목)이 공개되면 수사 기밀 유지가 어렵다고 보아 집행명목은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집행일자와 집행금액은 공개해도 수사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기에 공개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 측은 집행일자와 집행명목을 엄격하게 해석해 구체적인 결제 시각이 아닌 업무추진비를 쓴 날짜만 공개해도 판결문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며 업무추진비를 쓴 상호명은 집행명목에 포함된다고 본 겁니다.
법조계는 검찰의 조치에 대해 판결문의 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과 엄격히 해석할 경우 문제없다는 입장으로 반응이 갈렸습니다.
A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차원에서 정보공개청구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런데 검찰의 대응은 사실상 판결문과 정보공개청구의 원래 취지와 달리 검찰의 특활비 내역을 숨기겠다는 뜻입니다”이라고 검찰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반면 전직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판결문에 나온 대로 검찰 측에서 집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엄밀하게 보면 문제될 요소는 없다”라며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봤습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반면 특정업무경비는 공적 업무에만 사용해야 하는 '비공식 특수활동비'입니다.
공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위해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합니다.
[이상협 기자 lee.sanghyub@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