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식업계 대기업이 스카우트
↑ 프랑스 파리 5성 호텔에서 한식당 OMA를 운영하는 박지혜 셰프 / 사진=샤토데플뢰르 제공 |
프랑스 파리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샹젤리제 거리.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5성 호텔 '샤토 데 플뢰르'에 물회, 장조림밥, 육회, 고추장으로 맛을 낸 삼겹살 등을 맛볼 수 있는 한국 식당 'OMA'가 자리 잡았습니다.
박지혜(53) 셰프가 프랑스 외식업계 대기업 그루프 베르트랑에 스카우트됐기 때문입니다.
작고 허름했던 식당은 이제 고급 융단이 깔린 호텔에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 프랑스 파리 5성 호텔 '샤토 데 플뢰르'에 들어선 한국식당 OMA / 사진=샤토 데 플뢰르 제공 |
식당 이름부터 음식 맛까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OMA.
파리 9구에 자리를 잡았던 OMA는 조금 특별한 식당이었습니다.
손님이 예약하면서 생일이라고 말하면 미역국을 준비하고, 임신한 손님이 찾아오면 날 것이 들어가지 않은 특식을 따로 만들어줬습니다.
개방형 주방이었던 옛 OMA에서 손님들이 요리 과정을 볼 수 있었고, 박 셰프는 짬짬이 부엌을 나와 테이블을 돌아다녔습니다.
손님이 더 오지 않을 시간이 되면 같이 앉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 떠는 엄마와 같은 셰프였습니다.
박 셰프는 "이제는 호텔 특성상 식당과 분리된 주방에서 요리해야 하니 옛 OMA의 정취는 사라졌지만, 회계나 인사 등 행정 업무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고 전했습니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박 셰프는 22살 때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실내 건축으로 유명한 페닝겐 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건축사무소를 차려 소장까지 지낸 건축가 출신입니다.
박 셰프는 학생 시절부터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다 요리해서 대접하기 좋아했는데, 그 손맛에 반한 친구들이 개인적인 모임이 있을 때마다 출장 요리를 해달라는 요청이 잇달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축 일을 하면서도 부업으로 요리를 계속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박 셰프는 영감의 원천으로는 아버지를 꼽았습니다.
이북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피난 온 아버지는 온갖 맛집을 꿰고 있는 미식가였는데, 그런 아버지를 따라다니느라 학교 수업도 참 많이 빼먹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아버지에게는 밖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을 집에 와서 똑같이 만들어 보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 박 셰프도 자연스레 요리의 세계에 스며들 수밖에 없던 겁니다.
사람들이 박 셰프의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 셰프는 "식당 이름에 있는 엄마가 바로 저예요. 사람들이 타지에 나오면 다들 엄마표 집밥이 그립다고들 하잖아요. 아마도 제가 파리에서 만든 음식이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해줬나 봐요. 만약 그랬다면 저에게는 영광이죠"라고 했습니다.
박 셰프에게는 5성 호텔에 입성한 것보다 더 큰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파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에 밭을 일구고, 거기서 키운 재료들로 음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그의 손맛을 좋아해 주는 손님들은 식당에 찾아올 것이라 확신한다는 박 셰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저의 VIP들에게 대접하는 것만큼 저를 기쁘게 하는 일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