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초 30회' 승강기에 손소독제 난사한 배달기사…입주민 '꽈당'

손소독제에 입주민 넘어져 전치 2주 부상…벌금 200만원 선고

↑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승강기 바닥에 손소독제를 뿌려 입주민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배달기사가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오늘(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경훈 판사는 지난 15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27)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6월 18일 오후 배달을 위해 방문한 서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바닥에 손소독제를 분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승강기 내에서 약 12초 사이에 30회가량 손소독제 펌프를 눌렀고, 도포지점을 피해 승강기를 벗어났습니다.

40여 분 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던 입주민 B(38) 씨가 이를 밟고 미끄러져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검찰은 A 씨가 바닥에 뿌려진 손소독제를 밟고 미끄러져 다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승강기 내부에 손소독제를 분사한 것으로 보고 A 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처음 검찰은 A 씨를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서면 심리 등을 통해 벌금형을 내려달라"라며 법원에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이에 법원도 같은 금액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A 씨가 선고에 불복하며 정식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고의가 없었고, B 씨가 상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라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현 판사는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입구 쪽 바닥을 ‘조준’해 빠른 속도로 손소독제를 분사했다"라며 "1~2회가 아닌 30여 회를 분사한 뒤 도포지점을 회피해 승강기를 벗어난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위로 다른 사람이 넘어져 다칠 것을 의도하거나 용인했음이 명백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넘어지는 모습, 피해 부위 사진, 상해진단서 등에 의하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이 침해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라며 "이를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