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메달보다 인성이 우선'이란 경종을 울린 고 최숙현 선수 사태, 기억하십니까.
당시 공분이 일자 정치권이 대대적으로 나서 일명 '최숙현법'을 만들었건만 3년이 지난 지금, 허점은 여전해 보입니다.
한 중학생 축구팀에서 합숙생활 도중 선배에게 후배가 피멍 들 정도로 맞았는데 팀에 남은 건 가해자였고, 피해자는 도망치듯 전학을 가야 했습니다.
박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축구가 전부였던 중학생 김 모 군에게 악몽이 시작된 건 지난해 10월.
▶ 인터뷰 : 피해학생 아버지
- "양쪽 팔에 똑같은 멍자국이, 피멍이 있어서 물어봤죠. 이런 경우가 전에도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축구하다 다쳤다고."
같은 축구팀이었던 1년 선배의 무차별 폭행은 합숙소에서 이뤄졌습니다.
가해학생은 다른 후배들과도 분란을 일으켜 팀에서 방출됐지만, 감독은 학부모들이 동의했다며 2주 만에 복귀시켰습니다.
▶ 인터뷰 : 피해학생 아버지
- "그때부터 공포의 기숙사였다고 하더라고요. 목소리, 웃음소리, 너무 소름 돋았다고."
이후 구둣주걱으로, 주먹으로, 발로 또 맞은 이 군은 학폭심의위를 요청했지만 가·피해자 즉시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도망치듯 전학을 갔습니다.
이른바 '정순신 사태'로 정부가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에 열린 학폭위였는데, 결과는 출석정지 5일.
▶ 인터뷰 : 담당 시교육청 관계자
- "행위를 인정하고 후회한다, 잘못했다 이런 식의 어떤 반성의 정도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 인터뷰 : 최익준 / 피해자 측 변호인
- "다른 학생에게도 보여지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오히려 가해 학생이 학교에 남았다는 자체가 큰 문제…."
특히 '최숙현 사태' 이후에 마련된 법과 제도를 보면 상시합숙은 금지돼 있고, 운동 지도자는 스포츠윤리센터에 폭력 사실을 즉시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축구팀은 여전히 합숙생활을 하고 있고 감독 등은 윤리센터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2의 최숙현도, 제2의 정순신 아들도 없게 하겠다며 정치권과 정부가 공언했지만, 현장 점검 없는 공언은 공수표에 그쳐 보입니다.
MBN뉴스 박유영입니다. [shine@mbn.co.kr]
영상취재 : 안지훈 기자, 전현준 VJ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이새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