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 씨가 어제(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열린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조 씨는 지난 2021년 9월 해당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당사자입니다. "법정에서 처음 증언한다"고 밝힌 만큼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습니다.
↑ '고발 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2021.11.10 |
지난달 15일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A 씨는 조 씨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파일을 분석한 내용을 증언했습니다. 조 씨의 휴대전화에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받았다는 고발장이 사진 파일 형식으로 들어 있었는데, A 씨는 "자체 분석 결과 이 중 10쪽의 이미지 파일 속성 구조가 임의로 수정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손 부장 측 변호인은 이 부분에 대해 추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조성은 : 처음에 자료를 제출할 때는 열 분에 가까운 수사관이 있어서 바로 체크해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후에는 자료를 USB로 옮겨 담고, 휴대전화를 컴퓨터에 연결해 전송한 것 외에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의 공세에 조씨는 그 정도의 뛰어난 컴퓨터 능력도 없고 액셀도 잘 사용하지 못한다며 해당 10쪽 페이지는 수차례 다운받은 부분이기도 했고 이 건의 맥락과도 상관없는 것 같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일 오전 '서해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몰이 혐의' 관련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2 |
조 씨는 재판에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과거 국민의당에 함께 몸담았지만, 이후 미래통합당으로 옮기면서 죄송해 연락을 자주 못하고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의 사이였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갑자기 '고발사주'를 제보한 시점을 전후로 박 전 원장과 연락이 잦아진 것 이유를 캐물었고, 조 씨는 전혀 무관한 우연의 일치라는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조성은 :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인 : 8월 10일 22시 7분경 고발장 139장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이후 11일 00시15분 경 박지원과 전화통화를 하셨지요?
조성은 : 잘 들어갔는지 확인차 전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손준성이 검사였던 것을 알았던 때이긴 하지만 그런 부분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인 : SBS 인터뷰를 보면 '(첫 보도가 나온) 9월 2일이란 날짜는 저나 우리 원장님이 원했거나 배려받아서 상의한 날짜가 아니다'라고 말을 하는데. 박지원과 전혀 의논하지 않았다면 왜 언급을 한 건가?
조성은 : 박지원과는 우연히 식사를 했을 뿐이다. 전혀 별개인데 왜 언급이 돼야 하는지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공세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 부장 측 변호인은 고발장을 전달받을 당시 조 씨가 큰 관심도 없었다고 진술하고, 실제 전달도 안 된 연유를 질문했습니다. 조 씨는 당시에 고발장에 큰 관심도 없었고 그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조성은 : (모두) 맞습니다.
변호인 : 고발장은 당시 당직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까?
조성은 :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요구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성립할 것인지 앞으로 법리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4.24 |
[이성식 기자 mod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