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모 돌보다 때려 숨지게 한 40대 아들, 징역 7년

고등학생 때부터 단둘이 살아와

↑ 부산지방법원 / 사진 = 연합뉴스

치매를 앓던 노모가 식사를 거부한 것에 화가 나 폭행으로 숨지게 한 40대 아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어제(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49세 A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1월 9일 오후 8시쯤 어머니를 수차례 폭행한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4일 뒤인 1월 13일 오전 4시쯤 다발성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진 A 씨는 수년 전부터 뇌경색과 치매 등을 앓는 노모를 모시며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어머니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스스로 거동하지 못하고 대소변마저 가리기 어려운 상태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A 씨가 어머니에게 저녁 식사를 떠먹여 주던 중 어머니가 고개를 돌리며 식사를 거부하자 순간 격분해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니냐"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어 A 씨는 폭행 이튿날인 1월 10일 어머니의 얼굴과 팔, 어깨 부위에 멍을 발견해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11일부터 3일간 직장에 휴가를 냈습니다.

그러나 1월 13일 새벽 어머니의 의식과 호흡이 없는 것을 발견, 곧장 119에 신고해 심폐소생술 등을 진행했으나 어머니는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 현장 감식 및 부검에서도 어머니의 눈 부위와 얼굴 등에 피하출혈이 발견됐습니다.

A 씨는 어머니의 턱과 얼굴을 툭 건드렸을 뿐 뇌출혈이 발생하도록 심하게 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여러 차례 때려 다발성 뇌출혈의 상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행위가 피해자 사망의 원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 역시 범행 당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이틀 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휴가도 냈지만,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은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가족의 도움 없이 오랜 기간 홀로 병시중을 들었고 스트레스 누적으로 우발적으로 저지른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