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많은 뉴스에서 가장 화젯거리는 역시 '코인'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3월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이 납치 살해돼 충격을 줬던 사건부터, 시가총액 100조원이 순식간에 0원이 된 악몽같은 현실을 1년 넘게 마주하고 있는 테라- 루나 사건, 그리고 해명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낳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유한 가상자산 규모 문제의 중심에는 모두 '코인'이 있습니다.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의 주범인 유상원·황은희 부부, 이경우 씨 등 일당은 현재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 씨 부부는 지난 2020년 10월 피해자의 권유로 가상화폐 '퓨리에버코인' 1억원 상당을 구매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이듬해 손실을 봤고, 그 이후 이 씨 등에게 피해자를 살해하라고 교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기 때문인데요.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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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직 행정안전부 공무원 주거지 등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퓨리에버코인은 당시 2200원대였는데, 상장 한 달 만에 1만 354원까지 오르더니, 6개월 뒤엔 17원대 폭락했습니다. 통상 코인은 상장만 하면 스스로 매수 매도하며 유통량을 사실상 조절, 시세를 조작할 수 있는 거래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업계에서는 '가두리 펌핑'이라고 부릅니다. 변동성이 크지만, 무상으로 받은 코인도 업체 측 정보만 있다면 얼마든지 심심찮은 상장 이익을 보고 빠질 수 있으니, 코인을 뇌물로 이용할 수 있는 의심이 드는 대목인 겁니다.
반면, 이렇게 가격 변동이 크지 않도록 설계한 암호화폐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요. 투기 이미지를 날려주며 스테이블 코인으로 홍보했던 테라, 루나는 전세계 투자자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설계자 권도형 대표는 한때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렸고, 수조원대의 자산가로 평가받았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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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재판은 다음달 16일 예정됐는데,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사법 절차가 끝나면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법정에도 서야하는 상황입니다. 권 대표에 대한 엄벌 여부도 관심사지만, 현재 사라진 시가총액 50조원으로 25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울고 있습니다. 요원해보이지만 이들의 피해 구제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제도권에 든 코인 시장과 당국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인데요. 해결 여부에 따라 아직도 '한탕주의', 투기 대상으로 보이는 코인에 대한 일부 인식이 바뀌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재테크 수단으로서 찾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2023년 5월, 가장 뜨거운 이슈인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사건입니다. 김 의원의 설익은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연일 키우면서, 기자를 포함한 '코알못' (코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거 가상자산 지갑을 들여다보고, 엄청난 블록체인 기술을 맛보고 있는데요. 김 의원은 지난해 보유한 위믹스 코인 80만개에 대해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불법은 없었다" "실명으로 투명한 거래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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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코인 거래를 GPS에 비유했는데요. 모든 코인은 어느 거래소에서 나와 어느 지갑에 들어가는 게 기록되고, 본인이 아니어도 외부에서 볼 수 있어 조작이나 은닉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코인 전문가들이 들여다보고, 김 의원이 직접 내역을 모두 공개한다 해도 이제는 코인 수익 용처와 코인 투자 타이밍에 내부 정보가 없었는지는 결국 수사 기관의 몫입니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쏘아올린 공으로 코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진만큼, 이번 기회에 가상자산의 촘촘한 제도 정비와 인식 변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읽힙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는 코인 시장은 무법천지나 다름없다"며 "몇명이서 사고 팔며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시장에서 피해를 당하면 법으로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