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지형적 특성은 살짝 애매한 데가 있다. 좀 더 관광지에 가까운 강화가 근처에 있기 때문에 그저 지나쳐야 하는 도시 정도였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수많은 역사의 증거와 새롭게 도약하는 신도시로서의 미래가 뚜렷한 곳이 김포다. 요즘 ‘지옥철’ 뉴스로 안타깝게 회자되고 있지만, 그만큼 살기 좋은 도시라는 반증은 아닐까. 문득 여행자의 발길로 김포를 경험하고 싶어졌다.
↑ 김포조각공원 숲속 갤러리 |
순전히 여행의 측면으로만 바라보면 어떨까. 김포는 염하와 조강 그리고 한강이 삼면으로 흐른다. 서울과 인접한 곳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느낌이 강해졌지만 전체 면적의 70% 정도는 여전히 농촌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봄날 가현산에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문수산성과 장릉, 덕포진 같은 김포의 상징적 여행지도 아직 건재해 있다.
↑ 철책 너머의 염하강 |
↑ 강화해협 건너편 초지포구의 호젓한 정경 |
떠들썩한 소리에 이끌려 어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현대식 어시장이지만 난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시장 안에는 갓 잡아온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대명항 어시장의 특징은 좌판에 늘어놓고 파는 물고기의 종류가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병어, 삼식이, 주꾸미, 밴댕이, 붕장어 등 서해 제철 생선은 물론 우리가 아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이 모두 있을 것만 같다. 어민들이 직접 잡아온 것이기 때문에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고 가격도 저렴하다.
↑ 대명항 어시장 |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잠깐의 포구 산책도 좋다. 가족과 함께 하거나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이라면 포구 바로 옆에 있는 김포함상공원을 들러볼 만하다. 포구 바로 옆에 거대한 군함이 정박해 있는데 그곳에 곧 공원이다. 김포함상공원은 62년 동안 바다를 지켜오다 지난 2006년 퇴역한 상륙함을 활용해 조성한 수도권 최초의 함상공원이다.
↑ 김포 함상공원 내에는 초계기와 수륙양용차도 전시되어 있다. |
↑ 염하강 철책길 |
info 대명항 위치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1로 109
김포함상공원 위치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1로 110-36 / 운영 시간 3~10월 09:00~19:00 11~2월 09:00~18:00
↑ 덕포진 포대와 덕포진 전시관 |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의 장소는 1980년 발굴조사와 함께 옛 모습대로 복원되었고, 당시 지휘소였던 파수장터를 중심으로 여러 유물들이 출토되어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음을 후대에 알려주고 있다. 그때 발굴된 포 6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고 있고, 덕포진 전시관에서도 1문을 보관, 전시 중이다.
↑ 덕포진 |
↑ 덕포진 전시관과 김포국제조각공원 숲속갤러리 |
세계 유일의 분단국 접경도시인 김포시가 전 세계에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통일을 테마로 만든 조각공원으로 다니엘 뷔렌, 장 피에르 레이노, 조반니 안젤모 등 세계적인 국내외 조각가의 작품이 휴양림 속에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드넓은 숲속 공원 부지에 바람의 능선, 소나무의 언덕, 그루터기의 계곡 등 3개의 구역이 있고 그 안에 1번부터 3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숲속 산책과 작품 관람을 즐기다 보면 한나절의 여유로운 예술 산책이 완성된다.
↑ 김포국제조각공원 숲속 갤러리 |
김포국제조각공원 위치 김포시 월곶면 용강로13번길 38
후평리와 전류리 사이, 석탄리가 있다. 그곳에 김포를 여행할 때 잊지 말고 찾아가봐야 할, 말 그대로 ‘요즘 핫플’이 있다. 농촌체험학습장이자 로컬 푸드 마켓인 ‘벼꽃농부’다. 요즘 여행자들에게 ‘먹히는’ 핫플이지만 그 성격은 김포 역사의 한 자락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김포는 예로부터 쌀로 유명했다. 조선 성종 때 『동국여지승람』에 ‘북쪽으로 한강 하류에 임하여 토지가 평평하고 기름져 백성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기록되었을 정도로 곡창지대였으며, 이곳에서 출토된 농경 유물과 탄화미 등을 통해 이미 5000년 전부터 품질 좋은 쌀을 생산했음을 알 수 있다.
쌀이 귀하던 때, 당시 ‘최고’로 치던 ‘아키바리’가 곧 ‘김포쌀’이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은 ‘고시히카리’라는 품종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김포쌀은 최고의 품질과 맛으로 통한다. ‘벼꽃농부’는 오천년을 이어온 전설의 김포쌀을 현대에 알리는 일을 소명처럼 받드는 농부 3대가 정성스레 가꿔가는 농촌체험 시설이자 푸드 마켓이다. 김포 땅에 직접 쌀농사를 짓고, 정미소에서 손수 도정한 후, 방앗간에서 직접 유기농 떡을 만들어 마켓에서 판매를 한다.
뿐만 아니라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김포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들도 농산물 장터에서 판매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차가 다니기 쉽지 않은 농로나 좁은 마을길이 불편하지만 막상 벼꽃농부에 도착하면 깔끔한 현대식 건물에 놀라게 된다. 한쪽에 정미소와 방앗간, 창고가 있는 커다란 건물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요즘 유행하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닮은 로컬 푸드 마켓이 있다. 마켓 내에는 농산물 장터와 카페테리아, 발효연구소와 부엌연구소가 있다. 야외에는 직접 타볼 수 있는 경운기와 트랙터가 전시되어 있다.
전류리 포구를 지나 운양동으로 접어들면 신도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계획 도시의 건축물답게 세련된 디자인의 상가와 주택들이 한강변을 따라 나란히 들어서 있고, 자연 풍광을 살려 조성한 강변 공원은 한참을 걷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곳에 있는 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은 웬만한 수목원 못지않게 잘 꾸며 놓은 공간이다.
‘야생조류생태공원’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지만 그냥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공원의 랜드마크이자 한쪽으로 기울어진 특이한 모양의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한강의 전망을 실감나게 바라볼 수 있다. 작은 규모지만 공원을 따라 주차장이 여러 군데 만들어져 있고,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도 많다.
다시 김포골드라인 얘기를 해야 하는 게 미안하지만, 요즘 김포의 핫플을 찾아가려면 사연 많은 이 도시철도를 타고 가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여행이 목적이라면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탄다면 큰 문제는 없다.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의 한가운데를 길게 잇는 노선인 만큼 김포 신도시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에 최적이다.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가 여행하기 좋은 곳 가운데 지금 최고의 핫플은 ‘라베니체’다. 최근 SNS를 통해 핫하게 떠오른 문보트는 밤을 즐기는 로맨틱 액티비티로 유명해진 곳이다. 김포 장기동에 조성된 ‘라베니체 마치 애비뉴(La Veniche March Avenue)’가 바로 그곳으로, 마치 이탈리아 지도처럼 굽어진 수로와 아치형 다리, 긴 수로를 따라 형성된 거리에는 예쁜 카페와 식당 등이 줄지어 서 있어 마치 베네치아에 와 있는 듯하다.
베네치아에 곤돌라가 있다면 이곳에는 초승달 모양의 ‘문보트’가 있다. 마치 물 위에 뜬 달처럼 유유히 노니는 듯한 문보트를 타고 둘러보는 라베니체의 풍광은 황홀하다. 화려한 조명이 수변을 밝히고 노랑, 파랑, 주황 형광 불빛을 발광하는 문보트가 은은한 달의 낭만을 품고 수로를 떠다니는 모습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약 2.7㎞의 수로를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베네치아보다 훨씬 아름다운 야경에 빠질 수 있다.
info
벼꽃농부 위치 김포시 하성면 마곡로 239 / 운영 시간 09:00~18:00 *연중무휴
김포 야생조류생태공원 위치 김포시 김포한강11로 455 / 에코센터 운영 시간 10:00~18:00 *월요일, 명절 휴무
김포 라베니체 위치 김포시 초당로 54보트하우스 / 운영 시간 13:00~22:00 *연중무휴
포지티브스페이스566은 기네스 월드레코드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카페’로 공식 인정을 받은 곳이다. 연면적 1만1,900㎡(약 3,600평)에 이르는 카페로 면적도 면적이지만, 실내 좌석 수가 2190개로 압도적 규모.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카페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마사 카페(1,050석)의 2배 이상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꾸며진 카페는 높은 천장과 거대한 샹들리에,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로 장식돼 SNS 인증샷 명소로 관심을 끌고 있다. 카페, 레스토랑, 와인 아울렛, 아트센터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공간이 있고, 예약룸도 19개나 갖추고 있다. 5층에 있는 아트센터에서는 현재 ‘포지티브 아트센터 영 아티스트 프로젝트’ 제1회 대상 수상자인 SINA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위치 김포시 검단로 910 운영 시간 10:00~22:00
수산공원
대명항으로 가다 초지대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 언덕을 바라보면 ‘수산공원’이란 이름을 지붕에 새긴 건물이 있다. 건물 벽에는 커다란 고래가 바다 위로 솟구치는 벽화가 그려진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이다. 카페 1층은 바다(水)를 콘셉트, 2층은 산(山)을 콘셉트로 꾸며 ‘수산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그 밖에 몬스터리움 수족관과 키즈카페 오키드도 함께 운영한다.
‘고래’는 수산공원의 시그니처. 최근 SNS에 거대한 혹등고래가 헤엄치는 사진과 영상이 인증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카페는 거대한 LED 스크린에 비춰지는 바다 영상으로 마치 바다 속에 들어와 있
카페 2층에는 특이하게도 ‘고래초밥’이라는 회전초밥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당일 대명항에서 잡힌 활어를 이용해 초밥을 만든다. ‘김포빵’과 ‘매운탕빵’도 시그니처 메뉴. 맛도 맛이지만 이곳은 ‘대명항’을 사랑하는 마음이 빚어낸 수산공원의 선물이다.
위치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1로 52 운영 시간 10:00~21:0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