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 |
지난 14년간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는 2천220명.
베이비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직접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기를 맡길 수 있도록 2009년에 처음 설치됐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2천 명 넘는 아기를 살린 '생명박스'라는 주장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서울 주사랑공동체교회(이하 주사랑교회)는 '생명 박스'라고 말합니다.
2009년 서울 관악구에 베이비박스를 처음 설치한 이후 지난 10일 기준 올해 35명, 지난해 106명, 2021년 113명, 2020년 137명, 2019년 170명 등 총 2천76명의 아기가 들어왔습니다.
협력단체인 새가나안교회가 2015년 경기 군포에 설치한 두 번째 베이비박스에는 올해까지 총 144명이 맡겨졌습니다.
베이비박스가 아니었다면 길거리에 버려졌을 아이들을 살린 셈입니다.
베이비박스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베이비박스가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찾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사랑교회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기는 사람의 대다수는 미혼모입니다.
올해 4월까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긴 사람 중 미혼모의 비율은 84.4%, 지난해엔 68.9%였습니다.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시원이나 화장실, 모텔 등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아이를 출산해 베이비박스로 데리고 온 경우는 지난해 기준 12.3%를 차지합니다.
이종락 주사랑교회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온 아이들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변에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릴 수 없는 엄마들이 유기를 선택하지 않고 아기를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면 10초 안에 상담사가 부모를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갑니다.
이 목사는 "대부분의 부모가 아기를 그냥 박스 안에 넣어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상담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 사진=연합뉴스 |
베이비박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베이비박스가 아기 유기를 조장한다고 주장합니다.
베이비박스가 아니었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이나 미혼모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단체의 도움을 받았을 부모들이, 베이비박스 때문에 '상자'에 아기를 버리는 손쉬운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미혼모·입양 관련 지원 등을 하는 한 지역 사회복지단체의 관계자는 "베이비박스 운영기관에서 미혼모를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상담 등의 서비스는 이미 지자체에서도 하고 있다"며 "긴급 지원이 필요한 위기 산모가 발생할 경우 연계 기관들이 일률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산모는 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없이 129)를 통해 정부가 지원하는 경제적 지원과 산후조리 및 돌봄 서비스 등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지원은 출생신고를 통해 주민등록이 된 아이를 대상으로 제공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꺼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기기를 선택하는 부모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는 입양도 할 수 없습니다.
이에 베이비박스 옹호론자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산모의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곤경에 빠진 부모를 지원하고 안전한 영아보육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2020년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