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베 전 총리도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같은 양조장 술 권해
"백 마디 외교 수사보다 강력한 메시지 전달"
술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만나면 종종 술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멘토 중에 와인과 위스키부터 소주와 맥주, 사케까지 주종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시는 애주가 한 분이 계십니다. BYOB(bring your own bottle)이라고 불리는, 각자 술을 한 병씩 가져와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지난달 모임의 주인공이 된 술은 멘토께서 일본에서 구해오신 가모쓰루 쏘우카쿠(賀茂鶴 双鶴)였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기시다 일 총리가 대접한 술로 언론에 보도된 바로 그 술이었습니다.
↑ 賀茂鶴 双鶴, 개인 촬영 |
기시다 총리가 이 술을 택한 이유는 본인이 사케 애호가인 동시에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히로시마 술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가모쓰루 양조는 히로시마의 대표적인 양조장으로 꼽힙니다.
↑ 賀茂鶴 양조장 공식 홈페이지 |
황창호 세계주류 팀장은 "일본의 3대 술 명산지 사이조의 양조장 중 가장 대중적인 가모쓰루는 히로시마의 자연환경에 따른 연수 양조법으로 빚어내어 섬세한 향기와 맛의 조화가 좋은 식중주로 적합한 다이긴죠슈가 유명하다"며 "메이지 시절부터 선진 양조 방식 도입과 대중화와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켜 일본 황실에서도 즐겨 찾는 술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양조장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난 2014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아베 총리도 가모쓰루 양조장에서 제조한 술을 대접했다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일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오노 지로 상의 스키야바시지로를 방문했는데요. 이곳에서 두 정상이 스시와 함께 마신 술이 바로 가모쓰루의 다이긴죠 금박주라는 술이었습니다.
벚꽃 문양의 식용금이 두 개 들어 있는 180mL 용량의 술입니다.
↑ 賀茂鶴 양조장 공식 홈페이지 |
정상회담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또는 술을 마시는지 주목하는 이유는 때로는 이것이 백 마디 외교적인 수사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5.11.7 |
↑ 포옹하는 프랑스-독일 정상 2021.11.4 |
멀리 해외 사례를 찾아볼 것도 없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당시 두 정상은 한일 화합을 상징하자며 일본 맥주와 한국 소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건배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문재인 정부는 방한한 트럼
몇 시간 뒤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어떤 음식과 술을 나눌지 자못 궁금해지는 시간입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