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숙의해서 결정하겠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인 공약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오늘(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간호협회를 방문해 같은 취지의 질문을 받았을 때,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 정도로 답변한 것으로 안다"며 "공식적으로 어떤 협회나 단체에 약속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선공약집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간호법 제정 추진 내용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합리적 법안을 만들겠단 말씀을 했던 것”이라며 “간호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운영한 온라인 공약 플랫폼 '공약위키'에 간호법 제정 추진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맞섰습니다. 대한간호협회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해 1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간호협회를 방문해 "(간호법)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저도 의원들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한 영상을 공개하며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특히 간호협회가 공개한 영상에는 지난해 11월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간호사들이 합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저희들, 국회에서 적극 응원하겠다"고 발언한 장면도 담겼습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으로 간호사,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의사단체는 "간호사들이 독자적으로 진료 업무를 수행하고 단독 개원까지 가능한 법이다", 간호조무사들은 "고졸이라는 학력 상한이 규정돼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 응급구조사들은 "간호사들이 응급구조사의 업무까지 하게 돼 생존권이 위태롭다" 등 각각의 이유를 들며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가 병원 밖 '지역사회'로 영역을 넓히며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침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겁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조항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통과를 지켜본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휴일을 제외한 15일 이내에 간호법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간호법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재표결 절차를
대통령실 관계자는 "간호법 관련 단체들이 많아 폭넓게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잘 숙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