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mobile)의 창시자’로,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그는 ‘역동성’, ‘움직임’ 같은 새로운 개념을 조각에 처음 적용시킨 키네틱아트(kinetic art 동적인 예술)의 아버지다. 그런가 하면 곧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시애틀 올림픽공원의 ‘독수리’ 조각 등 전 세계 도시에 외계 생명체가 상륙한 듯한 거대 조각품으로도 유명하다. 20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예술가 중 하나인 알렉산더 칼더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CALDER》 전은 2014년 국제갤러리 전시 이후 9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이자 2004년 첫 개인전 이후 네 번째 전시인 만큼, 대표작 ‘모빌(mobile)’과 함께 과슈(gouache, 물과 고무를 섞어 그리는 불투명한 수채화) 작업에 브론즈 소품 등 그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작품들을 모두 선보인다. 작품을 보노라면, 곡선과 끊어진 선이 어떻게 움직이는 생동감을 주는지, 또 모빌이 회전할 때 작품이 그림자와 함께 어떻게 공명하는지, 조각도 아닌 잉크와 과슈로 작업한 회화에서 왜 생동감이 느껴지는지 등이 궁금해진다.
“할아버지는 당시 살고 있던 코네티컷 록스베리의 비포장도로를 명상을 하며 걸었다. 그러다 발견한 돌멩이를 작품에 차용하기도 했다. 그는 철학자였다. 자연에서 늘 명상을 했고, 자연의 미학을 작품세계에 잘 드러낸 철학자이자 작가였다.” - 칼더재단 이사장 알렉산더 S. C. 로워
이 와이어와 금속은 2관의 과슈 작업들과도 연결되는데, 예를 들어 악보를 연상시키는 검정색 선의 ‘Untitled’(1963)는 조각 작업을 할 때 스쳐 지나가는 발상을 미술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사운드에 대한 작가의 지대한 관심은 바람을 연상시키는 나선형과 물결치는 듯한 형태 묘사와도 연결된다. 모빌이 춤이나 음악, 드로잉 등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White Ordinary’(1976) 및 ‘Untitled’(1974) 등에서는 동력을 포착하고자 한 작가의 관심이 지질학과 시간성까지 아우른다. 작품 주위에 변화하는 공기의 흐름은 1955년에 칼더 작가가 친구의 초청을 받아 인도로 여행을 하던 중에 만든 ‘Guava’(1955)(아래사진)와도 생동감 있게 연결된다. 공기의 순환에 모빌이 움직이고, 이에 따라 전시장 전체가 마법적으로 바뀌는 것.
“칼더는 모든 재료들에 마치 안무를 하는 듯한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는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공기 자체를 활성화시킨다. 작가가 좌우할 수 있는 영역을 작품 외적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재료의 물성이 공간 자체와 소통하는 칼더의 작품은 시각적으론 가볍지만 관념적으로는 묵직하다.” - 전시 설명 中
칼더의 작품들은 선창과 후창이 이어지는 악구의 반복처럼 일종의 음악적 대화를 만들어낸다. 마치 보컬과 각 악기들이 서로 호응하며 상호작용한다고 할까. K2에 설치된 과슈 작품들은 실험적인 조각 작품이지만 동시에 작가의 무의식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Yellow Flower, Red Blossoms’(1974)와 ‘Black Squids’(1963)에서 발견되는 산, 물, 식물 등의 자연 요소와 기하학적 상형문자의 형태는 무형의 동력과 원형의 형태 사이 생기는 긴장관계에 대한 고찰을 회화적으로 완성한 표현이다.
이번 전시는 재료의 물성이 공기의 순환과 진동, 빛과 그림자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작품과 쌍방향으로 소통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알렉산더 칼더의 개인전 《CALDER는 국제갤러리 K2 1층과 K3에서 5월28일까지 열린다.
전시 기간: 2023년 4월4일(화)~5월28일(일)
전시 장소: 국제갤러리 K2 1층, K3※ 네이버 예약 예매 통해 무료 관람
마침내 받침대에서 해방된 조각
‘키네틱 아트’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Sandy’ Calder 1898~1976)
다시 미국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 등록해 교육을 받다가 1926년 파리로 유학을 가 몬드리안, 뒤샹 등의 화가들과 교제한다. 몬드리안의 스튜디오에서 기하학적인 원색의 직사각형 판자들에게 영향을 받은 그는 추상적인 형태들이 공중에 매달려 움직이는 ‘모빌(mobile)’을 창안한다.
1931년 마르셀 뒤샹에 의해 명명된 ‘모빌’은 프랑스어로 명사 ‘움직임’과 형용사 ‘움직이게 하는’의 뜻을 모두 내포한다. 좌대 받침대가 아닌 천장에 매달려 조각을 움직이게 하는 모빌과 함께 정적인 조각품 ‘스태빌(stabile)’도 발명한다.
초기의 모빌들은 모터로 구동됐지만 이후 사라졌으며 칼더가 기류, 빛, 습도 등에 반응하는 형태로 발전시켰다. 유럽의 모더니즘과 미국의 신생 아방가르드 흐름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던 칼더는 이후 미술사의 판도를 바꿔 놓으며, 전쟁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예술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