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방명록 전쟁'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대법 승소 확정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부모 장례식 조문객 방명록을 놓고 형제들과 법정 공방을 벌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27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정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9년 2월 정 부회장 모친 조 모 씨가 숨지고 장례식이 진행된 뒤 정 부회장 동생인 정해승·정은미 씨 등은 정 부회장에게 조문객 방명록 명단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를 거절하고 동생들 측 조문객이라고 판단한 조문객 명단만 133명, 300명씩 두 차례에 걸쳐 추려 보내줬습니다.

이어 지난 2020년 부친인 정경진 종로학원 원장이 숨지고 장례식이 진행된 뒤에도 동생들은 조문객 방명록 사본을 요구했지만 정 부회장 측은 동생들과 관련없는 조문객 명단까지 주는 건 개인정보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동생 측 조문객으로 판단한 50명 명단만 제공했습니다.

이에 동생들은 "조문객 방명록은 망자의 공동상속인인 자녀들이 공유하는 게 관습"이라며 방명록을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정 부회장 측은 "문상객은 특정한 상주에게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명단 공유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방명록이 남아 있지도 않아 줄 수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1심 법원은 "장례식 뒤 상주들이 망인의 지인을 포함한 문상객들에게 답례 인사를 하는 관습 등을 고려하면 자녀들이 방명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어야 한다", "방명록이 현재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없다"며 정 부회장이 방명록을 돌려주라고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 법원은 "1심 판결 이후 정 부회장 측이 부친 장례식 방명록은 발견해 원본을 제공했고, 모친 장례식 방명록만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 점을 보면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동생들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유가 없다고 보고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