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스쿨존 음주사망' 가해자에 검찰 "징역 20년 구형"

↑ 사고 이후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 (사진=연합뉴스)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중 9살 초등학생을 쳐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오늘(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40대 A 모 씨에 대한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사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해자 유족 측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중대한 사안에 대한 예방적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음주상태로 운전하다가 9살 B 군을 쳐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A 씨는 도주 의사가 없었다면서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고, 이 사건은 피해자 측 과실이 없는 사건"이라며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쿨존 어린이 음주사망사고 이후 도주한 사안에 대해 최대 징역 23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정에 출석한 B 군의 아버지는 재판부가 진술 기회를 주자 "아이는 저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고 지적 능력도 뛰어나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어 훗날 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음주 뺑소니 운전자에 의해 그 꿈은 산산조각났다"고 말했습니다.

진술 도중 여러 차례 울먹이기도 한 B 군의 아버지는 "숨진 아이의 동생은 큰 충격을 받아 아직도 이 사건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고 사고 당시 빗물 배수로 덮개를 밟은 줄 착각했다는 가해자의 변명은 저희를 두 번 죽이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사망사고는 어떤 사망사고보다 중한 범죄임을 판시해달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른 죄인이다, 판사님 결정에 따라 후회와 반성으로 죄값을 치루겠다"며 "목숨을 내려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한 뒤 법정에 있는 B 군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A 씨 측 변호인은 "저도 조금만 이성을 놓으면 피해자 입장과 같겠지만 A 씨를 접견했고, 현장검증을 하면서 사고현장과 A 씨 집이 매우 가까웠던 점, 사고 사실을 인지하며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한 뒤 신고를 한 점 등을 볼때 도주의 고의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오는 31일 A 씨에 대한 선고를 할 예정입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