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팻팸’은 과거의 단어가 되었다. 이제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는 중이다. 하여 반려동물 ‘출입 가능’이라는 시설들은 그 이용 기준을 반려동물 ‘전용’으로, 바운더리를 빠르게 넓혀 가고 있다.
↑ (사진 언스플래시) |
지난 3월1일, 제주공항 활주로에는 조금 특별한 비행기가 착륙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반려동물 전용 전세기다. ‘전세기’라는 이름처럼 탑승객은 반려인 33명과 반려견 18마리가 전부다. 전세기 실내 풍경은 어떨까. 반려견들은 반려인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반려인과 때때로 눈을 맞추고 간식도 받아먹으며 나른하게 졸거나 창밖을 구경한다. 예전이라면 반려견은 이동 가방에 들어가 기내 바닥에 놓이거나, 수화물 칸에서 짐들과 함께 한 시간가량을 혼자 보내야 했다. 반려인의 불편한 마음은 말할 필요도 없는데, 나의 경우엔 예민 보스 수리가 기내에서 이동 가방 지퍼를 뜯고 탈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니 실은 반려견 전용 좌석은 반려인에게 더 반가운 존재다.
전용기 좌석에는 반려견 전용 시트와 안전 고리가 비치돼 있어 안전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 특별한 비행기는 한국관광공사와 반려동물 여행 플랫폼 기업 ‘반려생활’, 항공사 ‘하이에어’가 함께 기획한 관광 상품이다. 3월1일을 시작으로 매월 1회씩, 올 연말까지 10회를 운영할 예정. 각 회차마다 모집 인원은 30명 내외며, 반려인 1인당 반려견 1마리를 동반할 수 있다. 반려견은 케이지를 포함해 전체 무게가 10㎏ 이하여야 한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2박 3일 동안 자유 일정으로 여행한 뒤 다시 공항에 모여 전세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돌아간다.
그런가 하면 무려 ‘세계 최초’의 반려견 동반 영화관이 우리나라에서 등장했다. 지난해 4월 메가박스 영통이 ‘퍼피 시네마’를 개관한 것. 이곳을 이용하는 관람객은 모두 블루투스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영화관과는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이는 소리에 예민한 반려견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좌석은 소파형과 일반 좌석형 두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좌석당 반려인 둘과 반려동물 한 마리, 또는 반려인 한 명과 반려동물 두 마리가 이용할 수 있다. 좌석은 안전과 위생을 고려해 방수, 방염, 방화, 무취의 기능성 특수 섬유 원단으로 제작했다. 영화관 내에서 반려견들은 스마트 기저귀를 착용한다. 관람 중 배변이나 배뇨를 하면 대기 중인 전문 핸들러에게 알람이 전달되어 곧바로 기저귀를 교체해 준다.
개들이 모이는 곳이니만큼 안전 조치는 필수다. 물림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 핸들러가 항시 대기 중이며,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비해 반려인은 1일 보장 미니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퍼피 시네마에는 상영관 외에도 반려동물 전용 카페, 플레이그라운드, 미용, 스파,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 ‘동반’을 넘어 반려동물이 ‘주인공’이 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는 작년부터 경인아라뱃길 크루즈 여행, 강원도 영월·정선 기차 여행, 해남 오시아노 캠핑 등 반려동물 동반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5호(23.4.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