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힘만 남았지만 "난 행운아"…27세 청년, 4명에 새 생명 선물

6세부터 근이양증 투병 곽문섭 씨
대학 졸업하고 직장까지 다녀
“짧지만 열정적 삶 산 아들”

↑ 기증자 곽문섭(27) 씨 /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희귀 근육질환인 근이양증을 앓던 청년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습니다.

오늘(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곽문섭(27) 씨가 지난달 24일 영남대병원에서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가 됐습니다.

곽 씨는 6살 때부터 근이양증 진단을 받았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갔습니다. 이 질환은 골격근 퇴화가 진행돼 근육이 약해지는 병입니다.

곽 씨는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어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정도의 근력만 남은 상태에서도 경북대학교 컴퓨터학부를 졸업해 직장을 다녔습니다. 글쓰기와 홍보 포스터를 만드는 재능기부도 해왔습니다.

가족들은 항상 밝았던 그의 모습을 추억했습니다. 가족들은 곽 씨가 평소 “긍정적인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어머니 서경숙 씨는 곽 씨가 자신 일부가 누군가의 몸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왔었다며 기증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서 씨는 아들을 향해 “늘 양보하고 기다리라며 자유롭게 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울까 봐 코만 살피던 아들. 엄마를 위해 태어나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엄마에게 태어나준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산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줘”라며 “엄마는 따뜻하고 이쁜 봄날 먼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게”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손가인 기증원 사회복지사는 “나에게 닥친 어려움에도 슬프거나 힘들어하기보다는 그 역경이 있기에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기증자와 유가족분들의 훌륭한 생각에 큰 감동받았다”며 “아름다운 마음으로 실천해주신 생명 나눔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