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를 쉽고, 재밌게, 그리고 알차게 전해 드립니다. 경제기자M, 최은미입니다.
오늘 키워드는 '주유소 화장실 써도 되나요' 입니다.
길을 가다, 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화장실 급했던 경험 한 번 쯤 있으시죠?
이럴 때 눈 앞에 주유소 화장실이 보인다면 이용해도 될까요?
-- vcr, 터치스크린 플레이
▶ 인터뷰 : 장소희 / 충북 청주시
- "주유소 화장실 공용화장실로 알고 있는데, 이용 가능하지 않을까요?"
▶ 인터뷰 : 장현동 / 서울 개봉동
- "그냥 가긴 그렇고, 주유할 때만 주유비 내니까 갈 수 있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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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의견이 분분한데요, 정답은 주유와 상관없이 이용해도 된다, 입니다. 주유소 화장실은 법이 정하는 공중화장실이거든요.
그런데요, 실제로 현장에선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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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냐고 묻자 안된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 인터뷰 : A 주유소 관계자
- "화장실 사용 안 돼요. (네? 급해서 그런데 잠깐 안 될까요?) 사용 안 돼요."
다른 주유소를 찾아가봤습니다.
고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 인터뷰 : B 주유소 관계자
- "죄송한데 화장실 고장나서 사용이 안 되고, 좀만 더 올라가면 신호등 우측에 동사무소 있는데, (주유소인데 화장실이 고장났어요?) 저희들도 고장나서 사용을 못 하고 있어요."
또 다른 주유소도 마찬가지.
▶ 인터뷰 : C 주유소 관계자
- "여기 안 돼요. (급한데 잠깐만 열어주시면 안 돼요?) 공사하기 때문에 안 돼요."
대놓고 주유한 고객에게만 화장실을 열어주는 곳도 있습니다.
▶ 인터뷰 : D 주유소 관계자
- "(선생님, 한 번만 좀 열어주시면 안 돼요?) 저희가 개방화장실이 아니에요. 사장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기름을 넣어야만?) 네. 주유하시는 분들에게만 따로 제공해 드리는 화장실이라서 죄송합니다."
'공중화장실'이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인데, 택시기사나 대리운전기사, 배달기사처럼 도로가 일터인 사람들에겐 생존 문제입니다.
▶ 인터뷰 : 정장근 / 택시기사
- "엄청 급해서 갔는데 차를 보자마자 못 들어오게 엑스자를 그리면서 거부반응을 보이고, 급해서 왔다고 얘길해도 계속 거절해서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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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사업법 시행규칙입니다.
주유소를 등록하려면 사전에 공중화장실 건설 계획서를 제출하게 돼있습니다.
주유소를 운영하려면 무조건 공중화장실을 만들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다시 볼까요. 건설, 그러니까 만드는 것만 의무화했을 뿐 문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는 규정은 없죠. 그렇다보니 지금처럼 만들기만 하고 문은 닫아놓은 곳들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가 나섰는데요.
모든 공중화장실은 상시 개방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을 발의해 주유소 화장실을 무조건 열어두도록 강제한 것입니다.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주유소들은 강하게 반발합니다.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데 제대로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주유소에만 너무 큰 책임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 인터뷰(☎) : 주유소협회 관계자
- "주유소 입장에서는 영업방해가 되는 측면들이 있거든요. (동파나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그런 경우들도 많기도 하고, (변기가) 막히는 경우도 정말 많고,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그런 상황들이 발생하다 보니까. 의원실에도 항의전화 굉장히 많이 하고 있고, 행정안전부에도 항의 전화를…"
이참에 주유소에 공중화장실 설치를 강제하는 규정을 폐지하자며, 관할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의견서도 제출했습니다.
없어선 안될 공중화장실, 그러나 주유소에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없는 현실, 묘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경제기자M 입니다.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
그래픽 : 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