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 수가 줄다 보니 초중고 할 것 없이 폐교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죠.
대안으로 나온 게 통합운영학교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적은 지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묶어서 '초중학교'로 운영하는 겁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합쳐지는 바람에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1,600명이 한 건물에서 북적여야 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급식실이 한 개라 배식만 2시간 걸리고 교실이 부족해 교무실까지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제보M, 박유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 김포에 3년 전 개교한 초·중 통합학교.
급식실에서 오전 11시쯤 병설유치원 원아들 점심이 시작됩니다.
다음은 3교시가 끝난 초등학교 저학년 차례.
이어 4교시를 마친 중학생들이 입장하고, 맨 마지막 초등학교 고학년은 5교시 수업을 들은 뒤에야 식사할 수 있습니다.
▶ 스탠딩 : 박유영 / 기자
- "지금 시간이 오후 1시 30분 정도인데요. 한 급식실에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전교생이 점심을 먹다 보니 배식만 2시간 넘게 걸립니다."
▶ 인터뷰 : A 통합학교 초등 5학년
- "5교시 말고 4교시에 밥 먹었으면 좋겠어요. 배고파요. 수업하다가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나서 배 움켜잡고 수업할 때도 있어요."
▶ 인터뷰 : 정나라 / A 통합학교 학부모
- "(유치원생, 초·중학생) 어느 한 나이를 기준으로 둬서 간을 맞추거나 기호도를 맞출 수 없는 거예요. 모든 아이들이 불만족하고…."
중학교 2개 반이 촘촘히 서서 체육수업을 듣는 이곳.
초·중학교 53학급이 돌아가며 쓰는 한 개뿐인 실내 강당입니다.
같은 시간, 강당도 운동장도 순번이 안 된 다른 학급은 그냥 교실에서 체육 활동을 합니다.
▶ 인터뷰 : A 통합학교 학생
- "교실은 덥고 너무 좁아서 뛸 수도 없고 그러니까 운동장에서 많이 뛰어놀고 싶어요."
해마다 학생이 늘어 교실이 부족해지자 선생님들은 교무실을 내줬습니다.
대신 복도 일부를 메워 유리문을 달고 수업 준비 공간으로 씁니다.
미술실도, 실과실도 일반 교실로 바뀌면서 개교 이후 없어진 특별활동실만 8개나 됩니다.
내년엔 최소 3학급 학생들이 더 입학할 텐데 학교 측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벌써 막막합니다.
▶ 인터뷰 : A 통합학교 교직원
- "특별실은 더 이상 줄일 곳이 진짜 없어요. 어느 실을 줄여야 할지 고민이에요."
바로 옆 유휴부지도 있으니 중학교를 분리해달라는 학부모 요구에, 관할 교육지원청은 규정에 맞지 않단 말만 반복하다가 뒤늦게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 인터뷰(☎) : 김포교육지원청 관계자
- "분리 여부에 대해 지금 검토 중이라서 빠르면 이번 달 안에 결론이 나올 것 같아요. (중학교 신설 쪽으로 결정되면 실제 학생들이 이동하는 시기는?) 한 3~4년은 걸리고 더 늘어날 수 있고…."
법정 의무교육조차 학습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교육 현장, 그 피해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MBN 뉴스 박유영입니다. [shine@mbn.co.kr]
영상취재 :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