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려.” 지난 달 29일 밤 11시 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한 여성이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이 여성은 대전 대청댐 인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사고 당시 현장 CCTV를 살펴봤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피해 여성을 강제로 차량에 밀어 넣은 채 그대로 운전하는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들이 저항하는 여성을 태워 현장을 떠나는 데는 겨우 1분 남짓이었습니다. 적어도 피해 여성을 특정하고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 서울→대전→청주→성남...준비된 동선?
현재 확인된 납치범들의 행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에서 여성을 태운 차량을 몰고 130km 이상 떨어진 대전에 갔습니다. 이어 준비된 렌터카로 바꿔 약 30분 정도 이동, 충북 청주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30일 오전에는 다시 택시를 타고 경기도 성남으로 왔습니다. 이어 31일 오전 10시 30분쯤부터 납치범 3명을 경기 성남과 서울 강남구 등에서 잇따라 검거했습니다. 납치범들이 대전에서 버린 차량에서는 소량의 핏자국과 범행 동기로 쓰인 흉기 등이 발견됐습니다. 실제로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피해 여성을 대전에서 살해한 뒤 대청댐 인근에 유기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수색 인력을 급파해 밤 늦게 시신을 발견했고, 강도 살인과 사체 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이들의 촘촘한 동선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혼선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사전 범행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 근거로 보는 게 경찰 내부 분위기입니다.
↑ 사진=연합뉴스
◇ 공범 최소 2명 더 있을 듯...범행 동기 수사 중
현재까지 MBN 취재를 종합하면 납치범들의 범행 동기는 피해 여성 가족의 금전 문제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여성의 남편은 모 사업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사기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사업은 가상화폐와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납치범과 피해 여성 간 관계는 정확히 조사해봐야겠지만, 검거된 3명 가운데 2명이 범행을 주도했고, 1명은 약속된 장소에서 차량 동원 등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 모든 일을 기획하고 도운 또 다른 조력자 2명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 1차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임박'...가상화폐 비극 아니길
장을 시작하고 마감하는 시간도 없이 실시간으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요동치는 가상화폐. ‘가상’의 돈에 홀려 수십 억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그
‘한 방’의 믿음에, 지금은 주춤해도 얼마 전까지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던 게 사실입니다. 다만 가뜩이나 '테라-루나 사태' 해결이 요원해 피해자의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가상화폐의 비극'을 마주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속에 오늘(1일) 오후 서울수서경찰서의 수사 결과 공식 발표를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