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발목 잡혀선 안돼",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
↑ 한일관계 정상화 언급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역대 최장'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과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한 관련 입장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3분간 모두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모두발언은 TV로 생중계됐습니다. 별도 자리를 만들거나 질문에 답하는 대신 대신 25분가량의 발언을 생중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글자 수로는 공백을 제외하고 5천700여자(원고지 기준 52매)에 달했습니다.
통상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짧게는 5분,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긴 모두발언이었습니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마련 이후로 한일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한일관계 개선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거세지는 야권 공세와 더불어 국민 여론도 좀처럼 호의적이지 않자 '대국민 설득전'을 통해 국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 '주 최대 69시간' 표현으로 촉발된 초기 혼선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독도 영유권·위안부 합의안·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가 한일 정상 간 논의됐다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어록으로 모두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그간 한일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면서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적 사례를 들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독일과 프랑스도 양차 세계대전을 통해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면서 적으로 맞서다 전후 전격적으로 화해했고, 이제는 유럽에서 가장 가깝게 협력하는 이웃"이라며 "한일 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 관계에서 서먹서먹한 일이 생기더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하면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복원되듯이,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한일 양국이 때로는 이론이 생기더라도 자주 만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언이나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연설도 소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굴욕적이고 매국적인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박 대통령은 '피해 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지적했다"고 했습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삼성·현대·LG·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방문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천 5백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1972년 일본과 발표한 국교 정상화 베이징 공동성명 중에서 “전쟁 책임은 일부 군국주의 세력에게 있으므로 이들과 일반 국민을 구별해야 한다. 때문에 일반 일본 국민에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되며 더욱이 차세대에게 배상책임의 고통을 부과하고 싶지 않다”는 대목을 인용했습니다. 전범기업 등 일본 측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배상안(제3자 변제안)에 대한 비판에 다시금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면서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경제와 안보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며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제3자 변제' 방식이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한국 정부가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다고 돼 있다"며 "역대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관계 개선에 따라 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습니다.
↑ 국무회의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선 다시금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대통령 입장이 나왔습니다.
앞서 16일 안상훈 사회수석이 ‘연장근로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윤 대통령 입장을 전하며 논란이 일자, 20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또다시 윤 대통령 스스로 ‘주 60시간’을 언급하고 나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관해 다소 논란이 있다.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 “물론 이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우선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 합의 구간을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노사 양측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사회 노동개혁의 첫째 과제는 누가 뭐라 해도 노사법치의 확립”이라면서 “산업현장에서 불법과 폭력을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는 “노동개혁의 또 하나의 과제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그 제도의 설계에 있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집할 것이다.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 세밀한 여론조사 FGI를 시행하고, 제게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해 놓았다”며 “특히 MZ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와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유연화 등 새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