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에서 불이 나는 상황을 상상하자면, 알몸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당황할 것입니다. 신속한 대피가 중요한 상황에서 '가운'을 이용하면 재난 상황을 빠르게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소방청은 지난달 ‘2023년 봄철 화재예방대책 추진계획’을 마련해 전국 17개 시·도 소방본부에 내려보냈습니다.
추진 계획엔 목욕탕이나 사우나 이용자를 피난 취약자로 보고, 이들의 신속한 대피를 돕기 위해 임시 가운을 비치해 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목욕탕에 가운을 비치하는 아이디어는 목욕탕·사우나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2018년 태스크포스(TF)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목욕탕에서 상·하의를 입고 대피하면 38~40초가 걸리는 반면, 가운을 걸칠 땐 18초면 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대피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 목숨을 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목욕탕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사진=연합뉴스 |
소방당국은 ‘불나면 무조건 대피 먼저’를 강조해왔습니다. 규모가 큰 화재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례를 분석해보니, 대부분 '신속한 대피' 덕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4년 전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증축 공사 중 불이 났지만, 학생·교직원 910명이 신속하게 화재 현장을 벗어나면서 인명피해는 ‘0명’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 발생한 경기도 수원 A프라자(지상 11층·지하 5층) 화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하 PC방 직원이 빠른 대피를 유도했고, 이용자 250여명은 무사히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외국도 우선 대피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Make home Escape Plan’(비상 대피 계획을 세워라)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불이 나면 우선 ‘Get out’(나가서)→ 화재 현장으로 ‘Stay out’(돌아오지 말고)→‘Call 999’(신고하자) 3가지 실천 방안이 핵심입니다. 미국·호주도 비슷한 성격의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선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위험 요인이 있다”며 “가장 먼저 요구되는 건 위험한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 즉 비상 대피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도로 위에서 차 고장이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로 밖으로 우선 대피해 2차 사고를 막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전국 일선 소방서는 목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다 보니 상당수 업주는 한 장에 1~2만 원 하는 가운 구매에 난색을 보인다고 합니다. 전기료는 1년 전보다 29.5%, 도시 가스는 36.2%가량 올랐습니다. 이에 인천 강화 소방서는 가운을 직접 구매해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hj4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