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산불이죠. 지난달 말부터 김천, 대구, 순천, 영양, 예천, 합천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 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 |
산불 급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바로 기후 변화입니다. 사실 산불 급증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또 아니죠.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모두 기후 변화로 인해 겨울철과 봄철 강수량이 크게 줄었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으로 변한 겁니다.
↑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 |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지난해 3월 4일 동해안에서 발생했던 초대형 산불 기억나시나요? 당시 2,500ha 산림이 소실됐고, 이재민이 500여 명이나 발생한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었습니다.
이 산불,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어떻게 경고했을까요? 당시 산불은 3월 4일 오전 11시 17분 경북 울진군에서 처음 발생했는데요. 그 직전에 발표된 시점인 3월 4일 오전 10시 30분의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보겠습니다.
경북 울진은 노란색으로 칠해져있죠? 아래에서 두 번째인 ‘다소 높음’이었습니다. 이후 벌어진 산불이 국내 역사상 최대였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예측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죠.
당연히 이 산불만 예측이 실패했던 건 아닙니다. <데이터로 본 대한민국>은 지난해 발생한 산불 740건을 같은 방식으로 전수 분석해봤는데요.
지난해 발생한 화재 중, 예보시스템이 ‘높음’으로 예측한 건은 총 223건, 전체의 30.1%에 불과했습니다. ‘매우 높음’으로 예측했던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고요. 사실 ‘다소 높음’으로 예측한 경우도 186건, 25%에 불과했고, 나머지 328건, 44%는 ‘낮음’으로 예측했습니다. 예측 성공률을 보수적(‘높음’ 이상)으로 잡아도 30.1%에 불과했고, 아무리 널럴하게(‘다소 높음’ 이상) 잡아도 50%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다는 거죠.
대형화재(피해 규모 100ha)로 분석 대상을 좁혀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높음’ 이상으로 예측 한 경우가 13건 중 6건에 불과했습니다. 대형화재에 있어서도 예측률이 50%에 불과했던 거죠.
산림 당국도 할 말은 있습니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의 산불이 예측하기가 어렵긴 하거든요. 무슨 뜻이냐고요? 산불 원인이 뭐냐에 따라 예측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습도, 온도, 풍속, 지형 등 자연적인 요소만을 반영해서 위험도를 계산하는데요. 국내 산불 원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입산자실화 /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 주택화재 비화입니다. 사실상 인재(人災)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자연적인 요소에 의한 산불이 많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산불 예측이 어렵긴 하다는 겁니다.
사실 산림 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식을 하곤 있습니다. 통신 데이터 등 유동인구 데이터를 활용해서 인적 요소를 산불 위험도 계산에 반영하려는 시도도 하긴 했죠. 다만 수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산불은 미래형 재난으로 고착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산불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작업은 중요해지겠죠. 이런 산불위험예보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검토해야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민경영 데이터 전문기자 busines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