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았던 50대 딸이 숨지고, 간병하는 노모도 함께 다쳐 병원으로 실려갔던 일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데, 이렇게 우울증과 장애 등을 가진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서 일어나는 '간병 비극'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태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골목길 사이로 경찰 차량이 빠르게 출동합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에서 '할머니와 같이 거주하는 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온 겁니다.
▶ 스탠딩 : 김태형 / 기자
- "소방과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50대 딸만 목숨을 잃은 상태였고, 80대 노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 인터뷰 : 목격자
- "경찰차 2대 (오고), 그러고서 그 다음 날인가 조사팀 주차장에 서 있었고…."
경찰 조사 결과, 숨진 딸은 우울증을 앓아 노모가 간병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일 오전에도 노모와 딸은 입원 문제를 놓고 다퉈 경찰이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노모는 "정신을 차려보니 딸이 숨진 상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딸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모도 다친 상태였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우울증이나 장애 등이 있는 환자를 가족이 간병하면서 발생하는 비극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를 가진 6살 아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고,
비슷한 시기, 30여 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해 재판에 넘겨진 60대 여성은 법정에서 "버틸 힘이 없었고,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고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정재훈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사실 끝이 안 보이는 노동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만둘 수 있는 노동이 아니고 가족이다 보니까… 사회적 고립에 처하기 쉬운 가족 간병인들을 지원하는 포괄적인 대책이…."
'죽어야 끝나는 고통'이라 불릴 만큼 간병 노동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겪는 고통의 무게를 줄이도록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취재: 이권열 기자
영상편집: 김상진
그 래 픽: 이새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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