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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의 '그런데'] '혁신' 발목 잡는 기득권

기사입력 2023-02-27 19:57 l 최종수정 2023-02-27 19:59

'그대의 발명품이 나의 가엾은 백성을 거지로 만들 것이오.'

1589년 세계 최초로 '양말 짜는 틀'을 발명한 영국 윌리엄 리는 궁정에서 직접 시연하며 특허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이 기계가 양산되면 백성은 일거리를 빼앗기고 거지가 될 거라는 왕의 싸늘한 말에 프랑스로 사업 무대를 옮기게 됩니다.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해 영국을 세계의 중심에 올려놓은 엘리자베스 1세 영국 여왕이 만약 이때 손으로 하는 뜨개질 대신 편물기계를 허락했다면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은 훨씬 앞당겨졌겠지요.

변호사들에게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을 제한했다며 각각 과징금 10억 원씩을 부과했습니다.

9년 전 변호사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 서비스로 출발한 로톡이 겪고 있는 수난은 한국에서 '혁신'이 얼마나 자리 잡기 힘든지 잘 보여줍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프리랜서와 소규모 사업자들의 세무 업무를 도와주는 IT 서비스 '삼쩜삼'은 세무사 단체의 고발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성형외과들의 수술 종류별 가격을 공개할 수 있는 '강남 언니' 처방 약 광고 및 약 배달을 하는 '닥터나우'는 각각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극심한 갈등을 벌이고 있어 사업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부동산 플랫폼 시장에선 아예 특정 기업인 '직방'을 겨냥해 이른바 '직방 금지법'까지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죠.

왜일까요. 기득권 단체들이 혹여나 자신들한테 손해가 될까.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간 혁신의 싹을 잘라버려 택시 승객은 물론 택시 기사와 택시회사 모두에게 손실을 입힌 '타다'의 실패가 재연될 수 있겠죠.

공정경쟁과 소비자 권익을 외면하는 정치권과 정부는 다른 나라가 기계로 양말을 찍어내고 그 인력으로 또 다른 산업을 일궈낼 때 자국민들에게 양말을 손으로 짜게 만들게 뻔합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의사, 약사, 변호사 단체 등 기득권의 손만 들어주시겠습니까. 더 이상 국민들은 양말 판 돈으로는 배부를 수 없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혁신' 발목 잡는 기득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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