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에 "여긴 80년대 부대, 사람들 다 쓰레기" 호소
지난달, 코로나19 '예비 격리'라며 5일간 가둬
지난달, 코로나19 '예비 격리'라며 5일간 가둬
"누나"…'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지난 6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대구 공군 방공관제사령부 소속 A(21) 일병은 누나에게 무언가 털어놓으려 했는지 메시지를 적었다 지웠습니다.
↑ '군인'/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
A 일병 가족들은 어제(8일) 대구 동구 한 장례식장에서 연합뉴스에 숨진 A 일병에게 들은 말을 속속 털어놨습니다.
A 일병은 휴가 복귀 하루 전날, "엄마 나 너무 들어가기 싫다. 나 내일 안 들어가면 영창이겠지"라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자대 배치를 받은 뒤 가혹행위에 시달렸습니다. A 일병이 취침을 하려 하면 강제로 깨워 다목적홀로 추정되는 특정 장소를 끊임없이 청소하게 했습니다.
A일병 누나는 "신병 위로 휴가를 받고 나오자마자 '자대배치 받은 뒤로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며 "자는데 일부러 깨워서 (다목적홀에 있는 동생의) 군화 발자국이 지워질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고 계속 청소를 시켰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A 일병은 이 사실을 모친과 외조모 등에도 털어놨습니다.
그는 "선임들이 후임을 많이 괴롭히는데, 자신이 상병 정도 계급이 됐을 때 후임을 똑같이 괴롭히지는 못할 것 같고, 그러면 또 선임이 괴롭힐까 봐 걱정했다"라며 "이런 군 생활을 버티지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숨진 A 일병과 친구의 문자 메시지/사진=A 일병 유족 제공 |
앞서 A 일병은 훈련소에서 150명 중 7등으로 수료를 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밝게 전했습니다. 또 고향인 대구에서 근무하고자 병과를 선택해 지원할 정도로 군 생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자대 배치 후, A 일병의 모습은 달라졌다고 가족들은 강조했습니다.
A 일병 누나는 "분명 훈련소까지는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애가 아니다"라며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친구들이나 훈련소 동기들 전화를 받지 않고,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부친에게 전화해 가혹행위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A 일병 부친은 "지난달 27일 밤 9시 넘어서 부대에 있는 아들과 40분 정도 통화를 했는데 '여기는 80년대 부대'라고 호소했다"며 "'사람들이 다 쓰레기'라고 했는데 그때 대수롭지 않게 들은 걸 후회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 A 일병과 누나의 카톡 대화/사진=A 일병 유족 제공 |
부친과 전화를 끊은 A 일병은 누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를 삭제하는 등 무언가 전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A 일병이 누나와 나눈 카톡을 보면, 그는 자대 배치 후 코로나19 감염 '예방 격리' 라며 5일간 혼자 남겨졌습니다. 코로나19 실내 마스크 의 해제가 논의되던 지난달의 일입니다.
A 일병 가족은 "창문 없이 먼지가 자욱한 공간에 5일간 격리됐다"며 "장난처럼 '격리하다가 오히려 병 걸리겠다'고 전화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일병 가족은 격리 공간에 선임병들이 수시로 찾아왔다고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공군 측은 접촉이 '전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군은 A 일병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과 합동으로 휴대전화 2대, 태블릿 PC 1대를 포렌식하고 있습니다.
↑ A 일병 장례식장에 놓인 추모 화환/사진=연합뉴스 |
A 일병 부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착수 여
A 일병은 신병 위로 휴가 복귀일인 지난 6일 가족에게 "부대원들이 괴롭혀서 힘들다"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A 일병은 이튿날 오전 8시 48분께 대구 중구 한 아파트 중앙 현관 지붕에서 숨진 채 경비원에게 발견됐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