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쏴도 죽지 않았다…동료 시신 밟고 전진"
와그너 그룹서 탈출한 용병 "전투 거부하면 즉각 총살"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Wagner)그룹 용병들이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약물을 투약한 채 전장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 러시아 와그너 센터/사진=AP 연합뉴스 |
와그너 그룹은 푸틴의 최측근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수장으로 있는 민간 용병회사로 작년 7월 초부터 죄수들을 용병으로 투입해 한 차례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 와중, 투입된 용병들이 '마약'을 한 듯 비현실적이었다는 CNN 보도가 나와 와그너 그룹이 재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CNN은 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와그너 용병과 전투를 벌인 우크라이나군 안드리의 사연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안드리는 "우리 기관총 사수가 넋이 빠질 정도였다"며 "아무리 쏴도 죽지 않는다"고 말했고, 약물을 투약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한참 지나 피가 전부 쏟아져야 쓰러진다”며 "10시간 동안 계속 전투를 벌였다. 끝이 없었다. 총을 너무 많이 쏜 탓에 너무 뜨거워져 계속 교체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그는 "와그너 용병들은 동료의 시신을 밟으며 전진한다"며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 25일 공개된 와그너 그룹의 인명 피해 현황을 알 수 있는 매장지 위성사진/사진=NBC 방송 홈페이지 캡처 |
안드리 증언에 따르면, 와그너는 죄수 출신 용병을 앞세워 최전방에 진입합니다.
이 죄수들은 장비도 형편없고 훈련도 받지 못한 병사들입니다. 이들이 30m쯤 전진해 땅을 파두면 그곳에 또 다른 죄수 10명이 투입돼 같은 방식으로 공격 위치를 잡습니다.
그렇게 최전방에 배치된 죄수가 죽거나 다쳐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그제야 훈련받은 전투병들이 측면 공격에 나섭니다.
죄수들이 일종의 '인간 방패'가 된 것입니다.
안드리는 "우리 편은 20명인데 적은 200명이었다"며 "첫 공격을 막아냈지만 저들이 계속 나타나 에워쌌다. 예상치 못한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마지막 총알까지 쏘고 나서 수류탄을 던졌고 우리 부대는 나와 몇 사람만 남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끔찍한 기억을 회상했습니다.
한편 와그너에 의해 전쟁에 투입됐다가 포로로 잡힌 한 죄수는 "마약을 팔다 감옥에 가게 됐고 변호사를 꿈꾸는 딸의 앞길을 막지 않기 위해 와그너에 자원했다”며 “우리 모두 푸틴을 두려워한다”고 밝혔습니다.
↑ 메드베데프가 '악마'라 묘사한 와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사진=AP 연합뉴스 |
와그너그룹에서 탈주해 노르웨이로 달아난 전직 러시아 용병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도 지난달 30일, "실질적으로 전술 따위는 없었다. 우리에게 내려진 명령에는 그저 적의 위치 정도만 나와 있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시가 없었다"며 용병들은 총알 받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와그너 그룹이 "싸우길 원치 않는다"는 신병들을 모아 눈 앞에서 모두를 총살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와그너그룹을 창립한 프리고진 대표와 러시아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을 만나기도 했다며 이 두 사람을 "악마"로 지칭했습니다.
메드베데프는 또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사한 죄수 출신 용병의 유족에게 1인당 500만 루블(약 8천7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그런 종류의 돈을 지불하길 원치 않았다. (전사자) 다수는 그저 실종 처리됐다"고
그의 증언에 따르면 앞서 변호사가 될 딸의 앞길을 막고 싶지 않아 전선에 나간 아버지도, 사망 시 실종 처리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와그너 그룹은 CNN에 "현재까지 와그너그룹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는 단 한 건도 기록된 바 없다"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