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즈 마지막 시즌 당시 착용한 유니폼 상의와 농구화 에어조던 13 [사진=MBN] |
할리웃 스타와 유명 스포츠 스타, 세계 저명 인사들의 애장품 전시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랜드 뮤지엄이 집요하게 30년 동안 수집한 작품 50만 점 중 200점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미술관에서 선보여지고 있는 것인데 그 가치가 상당합니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즈 시절 착용한 유니폼과 농구화 에어조던 13, 세계적인 팝가수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Moon Walk)' 춤을 처음 선보인 1983년 빌리진 공연 무대에서 착용한 재킷과 신발 모두가 이 뮤지엄의 소장품입니다.
↑ 1983년 레코드사 모타운 25주년 기념 빌리진 공연에서 마이클 잭슨이 최초로 문워크를 보여준 무대에서 착용한 재킷과 신발 [사진=MBN] |
MBN 취재 결과, 마이클 조던의 에어조던 13은 2021년, 유니폼은 2015년, 마이클 잭슨의 자켓은 2011년에 해외 경매를 통해 뮤지엄에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수 밥 딜런의 기타, 가수 레이디 가가의 신발과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가방, 영국 최초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의 옷과 가방, 교황 비오 9세의 가죽 구두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모자 등도 모두 이랜드 뮤지엄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입니다.
한국의 한 기업이 미술품도 아닌 세계 스타들의 소장품을 어떻게 30년여간 모으게 된 것인지, 소장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고, 목표는 무엇인지 취재하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이랜드 뮤지엄의 서영희 전시기획 이사와 그룹 관계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스타들의 애장품 수집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이랜드그룹은 패션과 유통으로 몸집을 키우고 이후 호텔과 레저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구상하면서 '테마파크'도 최종 목표이자 전체 사업 구상 중의 하나로 생각하게 됩니다.
더 크게는 의류와 외식, 생활용품, 백화점과 호텔 등을 포괄할 수 있는 테마도시를 꿈꿨는데, 세계의 테마도시들을 분석하니 고정적으로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박물관으로 차릴 전시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면, 쇠퇴하던 스페인의 공업 도시 빌바오를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하게 해 준 일등공신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1997년 설립)이 이 기업이 향후 큰 직영 박물관을 차릴 때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사내에 미래사업팀(또는 박물관 준비팀)이 꾸려졌다가, 컬렉션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름이 이랜드 뮤지엄으로 바뀌고 콜렉션팀과 전시기획팀으로 나뉘어 움직이게 됩니다. 현재 제주도에는 시범사업 차원인 이랜드 뮤지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구매팀은 노하우를 갖춰나갔는데, 대표적인 것이 뮤지엄에서 대여해줘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 전시된 미국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골프 클럽과 가방과 독립운동가 김구, 이승만·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 등의 휘호라 할 수 있습니다.
존 F.케네디 골프 클럽과 가방의 경우, '스포츠 박물관' 건립도 계획에 있으니 후보에 두고 추적을 하다가 구매 담당이 경매에 나와서 샀는데, 당시 2개가 경매로 나왔는데 첫 번째 경매품은 뮤지엄이 비교적 저렴하게 샀다는 설명입니다.
이후 경매 기록이 생겨 비교적 가격이 올라간 두 번째 유품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의 남편인 유명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사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아놀드 슈월제네거가 1996년 경매를 통해 구입한 J.F.케네디의 골프 클럽과 가방 [사진=Pinterest @stephengolden31] |
뮤지엄 측은 "스타의 가족들보다 노하우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이러한 소장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희소성 때문에 값어치가 떨어질 일이 절대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 귀띔했습니다.
이랜드 그룹은 NC, 뉴코아, 2001아울렛, 동아백화점, 렉싱턴·켄싱턴 호텔, 이월드, 애슐리, 자연별곡, 만다리덕, K-SWISS, 뉴발란스와 스파오, 미쏘 등의 계열사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지난해 기준 재계 서열 47위를 기록한 대기업입니다.
뮤지엄의 소장품은 이러한 업장마다 캐릭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랜드 계열인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 '정치 1번가' 컨셉으로 소장품을 대여해주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애슐리 매장에는 영화 관련 소장품 대여 전시를 지원해주는 식입니다.
또, '명사들의 휴양지', '야구' 컨셉으로 각기 다른 전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장품은 주로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데, 기증받는 경우도 있어 이랜드 계열 호텔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소장품도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묵주와 야구선수 박찬호의 일부 물품이 그 예입니다.
큰 마케팅 효과를 누렸을 당시는 2018년 동계올림픽 때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바흐 위원장의 사전답사 당시 이랜드 측은 위원장의 월정사 방문 일정에 호텔 방문 일정을 추가하는 기지를 발휘해 위원장이 켄싱턴호텔 평창을 둘러보게 합니다.
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릴 것이라고 수년 전에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1층부터 17층에 157개의 올림픽 관련 소장품을 이미 모아 전시하고 있던 이랜드 계열 호텔인 켄싱턴호텔 평창을 둘러본 바흐 위원장은 IOC의 호텔로 이곳을 선정하게 됩니다.
↑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IOC 총회를 유치한 평창 켄싱턴 호텔 [사진=이랜드] |
바흐 위원장이 제1회 샤모니동계올림픽(1924년)부터 1998년 제18회 나가노동계올림픽까지 각 대회의 엠블럼과 슬로건이 새겨진, 수집이 어려운 역대 동계올림픽 공식 포스터 컬렉션을 보고 "동계 올림픽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며 감동했다는 후문입니다.
뮤지엄 측은 "IOC가 머무니 호텔의 깃발이 달라지더라"며 영국의 앤 공주와 룩셈부르크 국왕도 호텔에 오게 됐고 바흐 위원장의 친필 서명이 담긴 오륜기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IOC를 유치하는 계기가 되니 내부적으로도 의식이 더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 '짠물 경영'으로 꼽히는 이랜드가 국제 경매 시장에서는 '큰 손'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은 생소하면서도 이질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이랜드 뮤지엄 측은 "해외에서 소장품의 가치를 더 많이 알아봐주고 있다"며 몇 가지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한 예로,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의 지팡이는 세계 최대 공예 박물관인 영국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V&A)에서 할리웃 의상(costume) 전시를 준비하며 이랜드 뮤지엄에 대여 요청을 했습니다. 뮤지엄 측은 "우리만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유추되는 부분"이라 설명했습니다.
미국 LA의 아카데미 뮤지엄에서는 영화 '대부(The Godther)'의 주요 캐릭터 의상을 전시하는데 이랜드 뮤지엄이 소유한 것이 전시장의 주요 위치에 배치되게 됩니다.
오는 4월은 배우 오드리 헵번의 의상이 영국 켄싱턴 궁전 내에 위치한 왕립 박물관인 헤리티지로열박물관(HRM)에서 전시될 예정인데, 이랜드 뮤지엄이 갖고 있는 영화 '로마의 휴일' 마지막 장면에서 헵번이 입고 나온 드레스의 대여 전시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 1954년 배우 오드리 헵번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입었던 '럭키 드레스' [사진= Pinterest @kaco2636] |
이 드레스는 헵번이 상당히 애정해 자신의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 중 하나였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시 입고 나와, 첫 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탔는데 이 때문에 업계에서 행운의 드레스라는 뜻으로 '럭키 드레스(lucky dress)'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 다수를 유치할 직영 박물관을 개관하는 것이 목표이고 현재 각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뮤지엄 측은 "루브르가 연 1천만 명을 끌어모은다"며 "제2의 루브르를 꿈꾸며 정식 개관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의 이월드 테마파크가 지난해 320만 명 관람객을 모았고, 박물관도 꿈이 아니란 것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이어 "심지어 세계의 대형 박물관도 남의 나라 문화재로 꾸며 놓았는데 관광객을 오게 하고 힘이 있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특히 도시와 접목하면 관광 등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랜드그룹은 한강에서 유람선을 운영하며 해외 관광객을 유치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우방랜드를 인수한 이월드가 운영
전시품에 최소 수억 원을 쏟는 기업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때문에 세계적인 인사들의 소장품이 한국에 있게 됐고 대중의 접근도 쉬워졌다는 점에서 향후 개관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흥행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