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어 가까운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쫓겨났습니다.
당시 부산에는 영하권 추위가 이어졌는데, MBN이 입수한 지구대 CCTV에는 새벽 1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경찰관이 할머니를 밖으로 끌어내고 문을 잠그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힘없는 노인 한 분도 보호하지 못하는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박상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자정이 지난 늦은 밤 할머니가 경찰서 지구대로 들어갑니다.
서울에서 부산에 왔다가 마지막 기차를 놓쳐 길에서 떨다 가까운 지구대를 찾은 겁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할머니는 지구대 소파에서 몸을 녹입니다.
그런데 40분이 지나자 한 경찰관이 강제로 할머니를 일으켜 세워 밖으로 끌어냅니다.
다른 경찰관은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문까지 걸어 잠급니다.
▶ 인터뷰(☎) : 쫓겨난 70대 할머니
- "여기 있을 때가 아니니까 가라고 해서 몸 좀 녹이고 가려고 조금만 더 있겠다고 사정했어요. 그랬더니 빨리 가래요."
일흔이 넘은 할머니는 끌려나가면서 허리를 삐끗했습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할머니가 쫓겨난 날은 요즘처럼 한파가 몰아쳐 부산도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날이었습니다. 연고도 없는데다 돈까지 다 떨어진 할머니는 강추위에 밤길을 헤매야 했습니다."
해당 지구대는 신고 출동이 많은 곳이라 민원인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는 데다 할머니가 직원들에게 계속 시비를 걸며 업무를 방해해 불가피하게 내보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CCTV를 돌려보면 할머니는 물 마시러 한 번 일어난 거 외에는 자리에 앉아만 있었고, 그동안 지구대도 한산했습니다.
▶ 인터뷰(☎) : 쫓겨난 70대 할머니
- "나를 노숙인같이 그러더라니까, 노숙인보다 더하게 대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친절하게 해 달라고 그랬어요. 그 말이 나쁜 거야?"
이후 할머니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3km 떨어진 다른 경찰서에 가서 사정을 말하고 새벽 첫차 시간까지 기다렸습니다.
이 지구대가 속하지 않은 다른 경찰서에서 진상 파악에 나섰는데, 경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할머니를 끌어낸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감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hachi@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균 기자
영상편집 : 이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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