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로 뛰어가 "스톱" 외쳤더니 차량 50여 대 멈춰
↑ 견인차 기사 A 씨가 제공한 사고 현장 사진 / 사진=연합뉴스 |
'구리포천고속도로 44중 추돌사고'가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으나, 경찰 도착 전 50대 남성이 고속도로로 뛰어들어 약 50여 대의 차량을 통제해 피해를 줄인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안재영(57) 씨와 이노성(42) 씨는 15일 오후 9시 10분쯤 차량을 몰고 구리포천고속도로의 축석령 터널을 빠져나가다 블랙 아이스에 미끄러지며 추돌사고를 당했습니다.
안 씨의 차량은 앞에 있던 두 대의 차량과 충돌한 후 멈춰 섰고, 두 사람이 차량 밖으로 빠져나와 보니 이미 앞쪽에 5대의 차량은 추돌사고로 멈춰 서 있었습니다.
안 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블랙 아이스에 다시 미끄러지며 넘어졌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량 추돌과 미끄러짐으로 왼쪽 다리를 저는 안 씨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럼에도 안 씨는 큰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알리고, 고속도로 중앙 가드레일 밖의 풀을 밟으며 터널 쪽으로 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 씨는 사고지점에서 터널까지 1km 정도 거리를 단숨에 뛰어가 터널 앞 30m 지점의 1차선 도로로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그는 도로에서 손을 흔들며 "안돼, 안돼! 스톱, 스톱!"이라고 외쳤습니다. 급박한 상황이었던 나머지 안 씨는 당시 신고 전화를 끊는 것을 깜빡했고, 차량을 통제하던 그의 음성은 그대로 녹음됐습니다.
당시 그가 사고지점에서 터널까지 올라오는 중에도 차량 수십 대가 미끄러지며 추돌사고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가 차량 통행을 제지하자 사람들은 속도를 늦췄습니다.
안 씨는 10분 정도 도로에 서서 50여 대의 차들에 신호를 보냈는데, 이를 본 차들은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정차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상황을 목격한 시민은 사진을 찍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같은 시간 근처의 전복된 차량에서 다친 사람을 구조하느라 안 씨가 터널까지 뛰어 올라간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전했습니다.
안 씨의 도움으로 추돌 사고를 피한 50여 대의 차량은 1, 3차로와 갓길에 수백 미터 거리로 늘어섰고, 뒤에 있던 다른 차들도 정차한 차량 행렬들을 보고 축석령 터널 안에서 모두 안전하게 멈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 A 씨는 "차 사고로 현장이 엉망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 3차로와 갓길에 50여 대의 차량이 줄지어 멀쩡하게 서 있는 모습을 봤다"며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100km인데다 터널을 나오면 내리막길이어서 (안 씨가)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모두 추돌사고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목숨을 걸었다고 본다"면서 "(안 씨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온전한 차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사연을 제보한 이 씨는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