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가 난 공장 내부 모습 / 사진 = 피해자 가족 제공 |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장난감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수백kg 금형에 깔려 의식불명 상태가 됐습니다.
철제 선반에 30kg~200kg까지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 금형이 층층이 쌓여있었는데, 작업 중에 선반이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의식을 되찾은 남성은 몇 차례 수술에도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처지가 됐고, 한쪽 눈까지 실명됐습니다.
겨우 말을 할 정도인데, 사고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앞으로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다발성 골절과 출혈로 수술한 부위도 한두 곳이 아니어서 수 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받고 나면 요양시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가 난 남성은 초등학교 1학년 쌍둥이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평온했던 가정은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남편의 병수발을 하며 홀로 어린 쌍둥이 아들을 키워야 하는 아내는 살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 의식불명 당시 중환자실 입원 모습 / 사진 = 피해자 가족 제공 |
사고 원인 미궁...피해자도 "기억 안 나"
장난감공장 측은 사고 직후 119만 부르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사망사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때문에 경찰과 노동청 모두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피해자 아내가 노동청에 고발하고,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두 기관의 조사가 시작됐지만, 이미 현장은 다 치워진 뒤였습니다.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도 없어 사고 원인 조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고가 난 건지 모릅니다.
피해자는 "당시 금형을 찾으러 간 것인지, 금형을 옮기러 간 것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업체 대표 '업무상과실치상' 송치
3개월 가까운 노동청의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선반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고정핀이 박혀 있지 않았고, 중량물 취급 시 작성해야 하는 작업계획서도 기록돼 있지 않았습니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안전모조차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는 사고 당시 혼자 있었는데 "소규모 작업장이다 보니 평소에도 신호수를 두는 등의 2인 1조 근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안전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업체 대표를 각각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전교육을 2주에
피해자의 아내는 "아이들 키우는 어머니들은 다 아는 (장난감) 브랜드인데 어떻게 이렇게 회사를 운영하냐"며, "(직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박상호 기자 hachi@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