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김성태 누구?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국내자금 北 밀반출 의혹 등

해외 도피 후 8개월 만에 국내 압송돼
수원지검, 본격 조사 돌입

↑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사진=연합뉴스

8개월 전, 해외로 도피했다가 오늘(17일) 오전 국내에 압송된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그룹을 둘러싼 비리 의혹으로 인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의 진술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 상황입니다. 입국 직후,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의 관계를 재차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김 전 회장은 △4천500억 원 상당 배임 및 횡령 △200억 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640만 달러 대북 송금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에 3억 원 뇌물공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쌍방울그룹이 받는 주요 혐의 관련 핵심 인물입니다.

수원지검은 오늘 오전, 김 전 회장이 청사에 도착하자마자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가 있는 15층 조사실에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 그룹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지급돼 김 전 대표가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한 시민단체는 이 대표가 현금 3억 원과 주식(전환사채) 약 20억원 어치를 변호사비로 썼음에도 3억 원만 지급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고 2021년 10월, 그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대표를 불기소했으나, 불기소 결정문에 "통상의 보수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소액"이라며 변호사비가 쌍방울 등으로부터 대납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뒀습니다.

또 쌍방울 그룹의 전환사채 편법 발행과 유통 등 횡령 및 배임으로 얻은 이익이 변호사비로 대납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이기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북경협 합의 대가로 북에 640만 달러 송금한 혐의

김 전 회장은 2019년 전후로 계열사 등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2억 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측에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도 받습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조선아태위)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 등과 경제협력 사업을 합의한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자금이 북측으로 흘러갔다고 추정되는 것입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5월 중국 선양에서 조선아태위 및 민경련 등과 경제협력 사업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고, 이 합의로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는 북한 희토류 개발 등 사업권을 약정받았습니다.

직후 나노스의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김 전 회장이 2018년 12월 29일 중국 단둥에서 김성혜 당시 북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겸 조선아태위 실장 등 북측 인사 2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들로부터 "경기도 대신 스마트팜 개선 지원금 50억 원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명시했습니다.

검찰은 쌍방울이 거액을 건넨 배경에 이같은 북측의 요청도 고려된 것인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사진=연합뉴스

전환사채 허위공시 지시?

김 전 회장은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쌍방울이 각 100억씩 발행한 전환사채(주식) 거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할 것을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습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전 쌍방울 재무총괄책임자와 현 재무 담당 부장을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입니다.

2018년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는 김 전 회장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착한이인베스트라는 투자회사가 모두 매입했습니다.

2019년 전환사채 역시 김 전 회장의 친인척이나 측근 명의의 투자회사들이 매입했고, 이후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이 다시 전량 매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환사채 인수 회사가 그룹 내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김 전 회장이 변호사비 대납, 대북 송금, 배임 및 횡령 혐의에 사용된 금품을 이같은 방식으로 챙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사진=연합뉴스

한편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말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7월 말, 태국 경찰에 불법체포 혐의로 체포된 직후 이를 부인하며 국내 송환을 거부했으나 입장을 바꿔 자진 귀국했습니다.

열악한 현지 수용시설 환경과 가족 등 주변 인물의 체포 및 구속으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며 "이재명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