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말 공정성의 화두와 함께 등장했던 블라인드 채용.
학벌, 학점은 물론 가족 관계 등 어떤 선입견 없이 선발하겠다는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공정성은 높였지만, 정말 필요한 인재를 뽑는 것은 어렵다며 평가가 엇갈리는데요.
블라인드 채용 6년의 빛과 그림자를 심가현, 오태윤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기자 】
공기업 전기직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성회 씨는 방학 내내 관련 기사 자격증 준비에 한창입니다.
요즘 공기업은 학점보다 직무 능력이 취업 성패를 결정 짓기 때문입니다.
학점과 학벌, 성별, 출신지 등을 감안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6년째를 맞으며 바꿔놓은 취업준비생 풍속도입니다.
▶ 인터뷰 : 김성회 / 취업준비생
- "아무래도 학점·학력이 빠지니까 직무 관련 활동이 많이 중요해진 시대라 그런 걸 좀 다양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블라인드 채용 영향으로 최근에는 40대 후반이 공공기관에 신입으로 입사하는 일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사회 초년생에게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졌습니다.
▶ 인터뷰 : 한준구 / 동국대학교 취업센터
- "작은 회사라든지 스타트업 이런 데에서 경험을 쌓고 이직을 하려고 아예 계획을 처음부터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될 기업을 선택하는 구직자가 늘며 기업들은 일자리 시장에서 더이상 '갑'이 아닙니다.
▶ 인터뷰 : 윤영돈 /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 "옛날 인사 담당자들은 그냥 사람을 잘 뽑으면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 그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 스탠딩 : 심가현 / 기자
- "블라인드 채용 시행 6년째, 많은 취업준비생이 공정성을 확립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꼽을 정도로 제도는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입니다."
▶ 스탠딩 : 오태윤 / 기자
- "하지만 모두가 이 제도에 찬성하는 건 아닙니다. '능력 중심 채용'을 표방하며 등장했지만, 실제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마저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 28일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 "최근 몇 년 동안 우수 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았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연구기관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전면 폐지하겠습니다."
지원자들의 학교와 추천서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연구기관이 지원자의 연구내용과 성과, 역량 등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가 보안의 핵심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2019년 연구직을 뽑을 때 블라인드 채용으로 중국 국적자가 합격했다가 불합격 처리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 인터뷰(☎) :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
- "저희 연구원이 국가보안시설 '가' 등급이기 때문에…."
단순·반복적인 업무에 고학력자들이 배치되면서 퇴사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 인터뷰 : 전하경 / 블라인드 채용 찬성
- "대외활동으로 평가를 받으니까 좀 더 직무역량을 평가받는 기분이어서…."
▶ 인터뷰 : 전혜린 / 블라인드 채용 반대
- "장점도 존재하긴 하지만 학점이나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블라인드 채용의 장단점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정책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인재선발의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슈추적M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변성중·배완호·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