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남녀가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진 이곳은 프랑스 남부에 있는 '가르교'입니다. 2천 년 전인 1세기 초에 세워진 거죠.
3층짜리 아치형 구조의 이 웅장한 다리는 완공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는데 그 뒤 무려 500년간 로마에 부족한 물을 공급해 주는 '길' 역할을 했습니다.
'그나마 공사 도중 무너진 게 불행 중 다행, 완공이라도 됐으면 큰 피해가 났을 겁니다.'
2017년 붕괴된 평택 국제대교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의 말입니다. 당시 현장은 200m가 넘는 육중한 다리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주저앉아 '어느 후진국 사고야?' 싶은 정도였죠.
설계부터 시공, 사업관리까지 거의 전 과정이 부실로 드러나 대한민국이 '톡톡히' 망신당했습니다.
이번엔 개통한 지 6년 반가량 된 서울 신도림역 인근 육교가 내려앉았습니다. 이 도림보도 육교는 지난달 15일까지 진행된 안전 점검에서 A등급, 5단계 중 가장 안전하다는 최고 등급을 받은 상태였죠.
정말 안전했을까요. 불과 보름 뒤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사이트엔 '육교 외형에 변형이 생겨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그제 영등포구청으로 전달도 됐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죠. 그리고 그 이튿날 새벽에 내려앉은 겁니다.
일반 시민이 봐도 이상했던 다리가 전문가들 눈엔 왜 멀쩡해 보였을까요.
그동안 우리는 큰 인재 사고를 수도 없이 겪어왔는데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요행'을 대체 언제까지 바라야 할까요.
돈을 주고 안전진단을 맡기는 지자체 돈을 받고 안전진단을 해주는 전문가 적어도 둘 중 한 곳에선 문제점을 인식해야 했던 거 아닐까요.
내 돈 내고 시키는 일이었다면 내 집을 점검하는 일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대충대충 했을까.
'소도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도 못했던' 과거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답답한 건 비단 저만은 아닐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최고등급 육교 '엿가락' 되다니…'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