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떠난 뒤 어떤 기관도 연락 없어…'알아보겠다'는 답만 되풀이"
용 의원 "생존자와 유가족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해"
이태원 참사 당시 생존했지만,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학생의 어머니가 "제 아이는 이번 참사의 희생자"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어제(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기관 보고에서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아이 어머니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친구들을 잃은 외국인이 슬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용 의원에 따르면 아이 어머니는 "제 아이는 참사 직후 극심한 혼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신 상담 치료 한 번 못 받고 죽었다"며 "부상자이자 생존자였고, 가장 소중한 친구 둘을 잃었다.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가족 지원을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 등 정부의 어떤 기관으로부터 우리 아이가 죽은 후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한덕수 총리의 '치료 의지 부족이 아쉽다'는 발언에 대해 "한덕수 총리가 '치료 의지 부족이 아쉽다'고 저희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니, 정부는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인한 죽음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제가 하도 답답해서 원스톱지원센터에 연락했더니 행안부에서 직접 전화한다며 통화를 마쳤고, 저희 가족은 현행법상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아 따로 도움을 줄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는 답변만 늘어놨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사진=연합뉴스 |
용 의원은 해당 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뒤 "이럴 거면 유가족 지원과 연락을 담당할 부처를 왜 만드나. 도대체 정부가 희생자와 유가족을 어떻게 대하길래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덧붙여 "이 학생은 정말 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안 가도 된다고 해도 굳이 학교에 나가고 운동도 끊어서 주 2회 헬스를 나갔다고 한다"며 "스스로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도 걸어봤다는 말씀에 제가 할 말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트라우마로 인한 생존자들의 죽음도 참사 희생자로 인정하고 필요한 지원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15일,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군이라며 심리적 방역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특히 학회는 PTSD는 사건 발생 수개월 후, 심지어는 1년 이상 지난 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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