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집값 때문에 경매 금액 낙찰 쉽지 않을 듯
통칭 '빌라왕' 김씨 명의 수도권 부동산이 대거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문제는, 잇단 집값 하락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정도인 채권 청구액이 경매로 나오더라도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 낙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가 지연됨은 물론이고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 '전세사기 아파트 낙찰 무효'/사진=연합뉴스 |
오늘(23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빌라왕 김씨 명의의 수도권 부동산 총 47건이 올해 3월 이후 대거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이 가운데 1건은 현재 입찰 중이며 46건은 경매 신청이 됐으나 아직 입찰은 진행되지 않은 예정 물건입니다.
김씨 소유 부동산 중 경매로 나온 물건은 서울·수원·인천 등 소형 다세대(도시형 생활주택 포함)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피스텔(10건)·주상복합(8건)·상가(4건)·아파트(1건) 등입니다.
대부분 기존 세입자가 임대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에 부친 것들입니다.
다행히 선순위 채권에 금융기관의 대출 등은 없지만, 상당수가 경기도 포천세무서의 압류가 걸려 있습니다.
경매가 낙찰되더라도 기존 세입자보다 경기도 포천세무서에 우선 변제된다는 뜻입니다. 김씨의 종합부동산세 체납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경매에 나온 물건들의 채권 청구액은 대부분 세입자의 보증금 정도입니다. 따라서 1억원 중반에서 2억원대가 대다수입니다.
현재 경매 신청된 47건의 채권 청구액을 모두 합치면 105억 754만원에 달합니다.
일부 물건은 세입자가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것들도 있습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뒤 경매에 직접 나선 것입니다.
경매 예정 물건인 46건 중 7건은 경매를 신청했던 임차인이 직접 경매를 취하했습니다. 경매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HUG가 경매를 신청한 일부 물건 중 1건은 각하됐습니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세 체납일이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빠른 경우 경매 낙찰이 되더라도 국세가 전세보증금보다 우선 배당되기 때문에 국세 체납액이 많으면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매수자 입장에서도 최근 집값 하락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채권청구액)이 시세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낙찰받기 쉽지 않은 물건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일하게 입찰까지 갔던 경기도 광주시 다세대는 지난 6월 경매신청 뒤 10월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2번이나 유찰됐습니다.
반복되는 유찰에 경매 최저가는 최초 감정가(2억6천만원)의 49%인 1억2천740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임차인의 보증금(청구액)인 1억 8천 500만원보다 낮은 금액입니다. 결국 세입자는 경매 과정에서 6천만원가량 손해를 본 셈입니다.
경매 전문가들은 김씨 소유 빌라 등이 1천채가 넘는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세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물건이 줄줄이 경매에 나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또 김씨가 종부세와 재산세 등 세금 체납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공매로 나오는 물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하락세인 데다 선순위인 이전 세입자들, 즉 임차인의 보증 금액이 커 낙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비단 빌라왕뿐 아니라 최근 1~2년 새에 전세사기가 급증한 만큼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늘어나 임차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전세사기 피해 근절 논의하는 원희룡 장관/사진=연합뉴스 |
이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