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과 비엔날레 미술관 등 문화시설로 둘러싸인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불법 개 사육이 이뤄졌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열악한 환경에서 식용견이 사육된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말 이곳이 철거될 위기라네요.
동물단체가 팔을 걷어 올렸는데, 여전히 30여 마리가 갈 곳이 없습니다.
정치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좁은 사육장 안 개들이 인기척을 느끼자 짓기 시작합니다.
경계하는 눈빛과 불안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애완견으로 키워졌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개부터 송아지 만한 큰 개까지 60여 마리가 모여 있습니다.
주변 시설은 오물로 범벅돼 있어 딱 보기에도 비위생적이고 열악합니다.
한쪽에선 도살할 때 쓰는 도구들도 발견됐습니다.
▶ 인터뷰 : 정희연 / 동물단체 '도로시지켜줄게' 회원
- "개 뼈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거랑 개 사체, 털 이런 게 다 모든 게 끔찍했던 거 같아요."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뭔가 불을 태웠던 흔적도 보이고 저 멀리 비어 있는 사육장이 보입니다. 그 울타리 너머가 광주 비엔날레 주차장입니다."
주변은 주로 박물관과 미술관 등 문화시설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런 곳에 불법 사육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은 요새 같은 곳에 무허가 시설을 만든 겁니다.
동물단체가 실태를 폭로하고, 지자체까지 나서자 그제야 농장주는 남은 개의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문제는 올해 말까지 이 사육장이 철거될 예정이라 오는 20일까지 비워야 하는 상황.
동물단체가 나서 오갈 데 없는 개들을 임시로 보호하고 있지만, 공간이 부족해 여전히 30마리는 갈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임용관 / 광주 동물보호소장
- "(시한이 지나면) 동물보호소 원칙대로 불행한 일(안락사)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단체나 동물운동가, 시민 분들이 많은 관심을 주시고 입양 또는 임시보호라도 해 주시면…."
동물단체와 지자체는 동물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농장주를 고발하는 한편, 한 마리도 희생되지 않고 구호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오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