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동구의 한 금은방 유리창을 깨고 침입하는 10대들 / 사진 = MBN |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2일 새벽 3시 19분쯤입니다.
광주 동구의 한 금은방에 10대 A군 등 3명이 망치로 유리문을 깨고 침입해 3천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15초.
이들 중에는 초등학교 6학년도 있었습니다.
A군은 아는 형에게 빌린 돈을 갚으려고 금은방을 털었다고 진술했는데, 혼자 범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알고 지내던 초등학생 동생까지 끌어들였습니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을 돕고, 장물을 처리한 혐의로 10대 2명을 추가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대전에선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을 시켜 금은방을 턴 20대 B씨 등 일당 4명이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13세와 14세인 가출 청소년 2명을 앞세워 금은방 2곳에 침입해 9천여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쳤습니다.
B씨 등은 촉법소년들에게 ‘경찰에 붙잡혀도 촉법소년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진술을 거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1심 법원은 B씨 등 20대 3명에게 징역 2년을, 10대 C군에게 장기 1년 6월, 단기 1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법무부 “범행 수법도 흉포화”
↑ 촉법소년 범죄 접수 현황 / 사진 = 법무부 |
촉법소년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 접수 건수는 지난 2017년 7,897건에서 지난해 12,50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촉법소년 처리 건수(법원 통계월보)도 2017년 7,665건, 2018년 9,334건, 2019년 9,376건, 2020년 10,112건으로 역시 매년 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살인과 성폭력 범죄 등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도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2월 인천에선 여중생이 촉법소년인 남학생 2명에게 성폭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고, 2015년 6월에는 촉법소년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과도로 행인의 등과 복부를 찌르는 묻지마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전과 18범임에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던 소년이 파출소를 찾아가 막대를 휘두르고 난동을 부리는 등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만14세 -> 만13세' 개정안 국회 문턱 넘을까?
↑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10월 26일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법무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3일 입법예고했습니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13일까지입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운영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10월 26일 TF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발표한 종합대책의 1번이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입니다.
당시 한 장관은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수법이 흉포화되고 있는 것이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며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에서 13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형사미성년자 기준 나이가 나라마다 제각각이지만, 만 13세 미만으로 규정한 선진국이 다수 존재한다”며 연령이 낮아지면 무조건 인권에 역행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하자마자 이번 개정 법률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게 유엔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 인권 기준에 반하고, 부정적인 낙인 효과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입법조사처 역시 신중한 입장입니다.
촉법소년 범죄가 늘고 있다는 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가 필요하고, 소년범죄가 흉포화되고 있다는 것도 그 근거가 모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인권단체와 교육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70년간 그대로 유지돼왔습니다.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겠다고 공약했고, 21대 국회에서도 연령 하향 법안이 줄줄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오는 13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법안 발의와 본회의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상호 기자 hachi@mbn.co.kr]